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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혁신의 키, 꼰대가 쥐고 있다"… 맥킨지 리더십센터장 출신 조직문화 전문가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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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얘기가 쓰여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런데 최근 세대갈등의 양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요즘 애들'이 아니라 '꼰대'가 적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견고한 수직적 조직문화를 자랑하던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엔 '윗사람'이 아닌 '아랫사람'의 편을 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호칭이다. 대기업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있다. 왜 이렇게 변한 걸까.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이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된 뉴노멀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윗사람들의 성공 경험과 그들을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는 더는 유효하지 않아졌거든요.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사진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사진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조직문화 전문 컨설팅사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장은지 대표의 진단이다. 장 대표는 다음달 2일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주최하는 '좋은 팀장 워크숍'의 연사로 선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서울사무소 리더십센터장 등을 역임한 장 대표는 "조직문화가 결국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핵심 요소"라는 생각에 지난해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를 창업했다.

고성장 시대에 주목받았던 수직적 조직문화가 왜 폐기될 위기에 놓인 건가.
수직적 조직문화는 아래에서 뭔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실제로 그걸 해보기로 의사 결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아래에서 바로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도로 기술도, 시장도, 트렌드도 빠르게 변한다.
아래에서 바로 의사 결정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보고받고 검토하는 건 대규모 장치 산업인 제조업의 특징 아닌가.
초반에 대규모 장치 투자를 해야 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초반의 작은 실수도 나중에 큰 손해나 비용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윗사람 중심으로 돌다리도 10번 두드리는 문화가 생긴 거다. 하지만 제조업계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어떤 변화인가.
소프트웨어업계에서 통용되는 '애자일(agile)' 업무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애자일 업무 방식은 개발을 완성하고 제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걸 의미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사 GE도 '패스트 웍스(fast works)'란 이름으로 애자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왜 그런 변화가 생긴 건가.
제조업 대표인 자동차업을 생각해보자. 과거 현대차의 경쟁사는 벤츠·토요타 같은 제조사였다. 하지만 이제 테슬라 같은 신생 제조사에서 우버 같은 공유차 서비스업체, 나아가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구글 같은 소프트웨어업체와도 경쟁해야 한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하고,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와 경쟁할지 결정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조업체도 작은 시도와 빠른 수정을 기반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걸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업무 방식은 작은 조직에 어울리는 거 아닌가.
대기업도 그렇게 일할 수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은 대기업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지만, 여전히 그렇게 일하고 있다.
규모가 큰데 그렇게 일하는 비결이 뭔가.
하나의 거대한 조직으로서의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조직의 집합체로서의 대기업을 만들면 된다. 구글을 보면, 기업은 커졌지만 여전히 프로젝트 중심의 작은 팀들이 스스로 의사결정 하면서 일한다. 의사결정 권한을 실무단으로 내려보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위에서 의사결정을 하면 절대 빠르게 수정하면서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 수 없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구글처럼 일할 수 있을까. 장 대표는 "구글은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스타트업 같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구글 미국 본사의 모습.                [중앙포토]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구글처럼 일할 수 있을까. 장 대표는 "구글은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스타트업 같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구글 미국 본사의 모습. [중앙포토]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성장한 꼰대가 수평적 조직문화 안착을 방해하는 건가.
본인은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손발 역할을 하며 겨우 ‘머리’가 되었는데, 수직적 조직문화에 통용되는 법칙들이 폐기될 위치에 놓였으니 반발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면서 조직 내 '꼰대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
밀레니얼과 꼰대의 부상은 무슨 관계인가.
어려서부터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나를 전시하며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는 ‘우주의 중심이 나’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앞 세대처럼 누군가의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려 들겠나. 이들이 조직에 진입하면서 꼰대와 갈등을 일으킨다. 그러잖아도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의 걸림돌로 지목받던 꼰대가 더 큰 문제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밀레니얼 세대와 잘 협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최근 초급 관리자들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자신들의 윗세대만큼 꼰대는 아니지만, 막상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진 않은 세대, 그러면서도 밀레니얼과 일해야 하는 세대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세대는 새로운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장 대표는 "중간 관리자 이하 직원들이 '고객 가치 창출'이 아닌 다른 일에 시간을 쓰게 되는 주된 원인은 불필요한 보고나 불명확한 지시 같이 잘못된 리더십이었다"며 "각각의 관리자가 좋은 팀장이 되는 것만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성이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관리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장 대표가 15년간의 컨설팅 경험에서 찾은 방법론은 다음달 열리는 유료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공개된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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