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던진다고 비가 밝혀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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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경환은 바늘도둑, 전두환은 소도둑」
『전경환을 전기고문·물고문·통닭구이해라.』
18일오후2시30분쯤 서울형사지법 대법정앞.
「민가협」회원들의 피킷과 구호는 30도를 넘는 날씨보다더 뜨거웠다.
같은 시각 법정안.
전경환피고인은 『나이와 경력에 걸맞지 않게 새마을본부 사무총장직을 차지한게아니냐』는 검찰신문에 연신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흠쳐내며 진술을 하고 있었다.
『거것말 마』
『조용히 하고 들어봐.』
방청석의 다섯줄은 교도관들과 법원·경찰의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가뜩이나 좁아 보이는 법정안에서는 전피고인을 편들기위해 합천등지에서 온 방컹청둘과 전회장을 욕하기 위해 들어온 방청객들의 입씨름이 찜통법정에 뜨거운 열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재판부는 그동안 뭘하다가 이 삼복 더위에 재판을 진행하는거야.』
『전피고인측이 지지세력을 방청객으로 위장, 법정안으로 들여보냈군.』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자식들과 자신들의 행복을 포기했던 「민가협」회원들이었다면 이런 재판을 침착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할텐데.』
재판을 지켜보고만 있던 방청객들의 이같은 푸념은 소란스런 법정분위기에 밀려 재판부와 전피고인 지지·반대세력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못했다.
『신성한 법정에 라이터·계란등을 던지는 것이 전피고인의 범죄사실을 규명하는데 무슨 도움이 됩니까. 또 검찰직원들이 방청석의 앞부분을 차지한 것이 법정질서유지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40대의 방청객이 땀을 뻘뻘흘리며 내밸은 충고는 끝없는 소란으로 마침내 재판이 중단돼버린 법정에 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이상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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