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 전 최고경영진 개입 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대표이사와 전용준 전 외환은행 상무가 돈을 주고받은 혐의를 검찰이 밝혀내면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부정한 뒷돈 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검은 돈 거래' 첫 확인=검찰에 따르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태스크포스 팀장이었던 전씨는 박씨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고, 그 돈은 박씨가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문료 중 일부였다.

검찰은 이런 뒷거래가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의 실마리는 외환은행과 엘리어트홀딩스 사이의 이상한 계좌 거래에서 발견됐다. 감사원은 계좌추적을 통해 박씨가 컨설팅 수수료로 12억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6억원은 계좌당 1200만원씩 50개 계좌로 분산 입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외환은행 매각 참여자들의 주장과 달리 매각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갔을지 모른다는 심증이 가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그 돈의 일부 흐름을 구체적으로 잡아낸 것이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외환은행 경영진이 매각주간사(모건 스탠리)와 별도로 이름도 없는 엘리어트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한 과정에 주목했다.

이런 컨설팅 계약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엘리어트의 박씨가 외환은행 출신(99년 퇴직)이라는 점은 더욱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이었다.

검찰은 현재 나머지 계좌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적해 외환은행 경영진의 어느 선까지 이런 거래에 개입했는지, 이 돈이 정.관계 등으로까지 흘러가진 않았는지 추적하고 있다.

◆ 매각 의혹 풀리나=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전용준씨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경영전략부장으로 이강원 전 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등과 함께 매각을 주관했던 외환은행 측 핵심 관계자 3명 중 한 명이다. 특히 담당 태스크포스팀장으로 매각 주간사 선정, 가격 협상, 자산 실사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채동욱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전씨가 실무 총괄팀장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은 어차피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일단 수재 혐의로 신병을 확보해 놓고 당시 매각 과정을 소상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전씨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두 달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2004년 3월에는 스톡옵션 6만 주를 받기도 했다. 당시 론스타는 자신들이 영입한 이사 외에 기존 외환은행 임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스톡옵션을 주지 않았는데, 이달용 전 부행장(36만 주)과 전씨 두 명은 예외였다. 따라서 전씨는 론스타 측과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모종의 관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외환은행 주변에선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를 조사하면 외환은행 매각 의혹 중 상당 부분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호.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