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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보 적은 '석방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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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장 큰 문제는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내전 상황이라 우리 협상단이 입국할 수도 없다. 소말리아에는 한국 교민이 없고 대사관도 1992년 내전으로 철수했다. 93~95년 한국군 상록수부대가 평화유지군으로 현지에 파견되긴 했지만 오래 전 일이라 도움을 기대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동원수산은 현지 대리인을 통해 납치단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업허가를 받거나 소말리아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보급품을 조달해 주는 현지인 사업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교부는 억류 선원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케냐에 있는 대책반은 마침 현지를 방문한 소말리아 고위 정치인들과도 접촉해 조기석방을 부탁하기도 했다.

사실 소말리아 인근에서 해적이 출몰한 것이 한두 번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40여 건의 해적 공격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 원양어선은 이곳에서 수십 년째 작업해 왔다. 여기에 소말리아.예멘.지부티 세 국가 사이의 해역은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세 나라 사이에 있는 아덴만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매년 수천 대의 한국 선박이 지난다. 유럽과 지중해.홍해 주변 중동 국가로 수출되는 한국 상품이 지나는 길목이다. 세계지도를 보면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임을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나라에 우리 공관이 한 곳도 없다. 지부티와는 77년에 외교 관계를 수립했지만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가 계속 겸임해 왔다. 예멘의 우리 공관은 98년 폐쇄됐다. 금융위기 이후 예산 절감을 위해서다. 이런 상태니 현지에서 한국인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번처럼 해결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과 해외 진출은 한국에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 어느 지역, 어느 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외교력 확대만이 우리 교민의 신변과 경제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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