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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지금… 베이징 서쪽 70㎞서도 사막화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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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비상 걸린 '그린 올림픽'=베이징시는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그린 올림픽'을 약속했다. 환경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푸른 하늘 프로젝트(藍天工程)'다. 베이징시는 올림픽 유치 당시 "2급 이상의 공기 품질(사람이 정상적으로 살 만한 수준)을 1년 중 70% 이상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만 벌써 4급 수준(심각한 오염)의 공기 질을 기록한 날이 11일을 넘어섰다.

최악의 황사까지 겹치자 베이징시는 먼지 발생이 많은 건설 현장을 상대로 긴급 명령을 내렸다. 도로.주택가 등에 접한 공사장을 방호벽으로 둘러싸지 않거나, 먼지가 심하게 일어나는 것을 방치하면 3만 위안(약 39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황사를 막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조림이다. 반(半) 사막 지대에 나무를 심어 물기를 유지함으로써 황사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서베이징 먼터우거우(門頭溝) 소재 한 야산의 조림 현장을 찾았다. 자동차로 중턱까지 올라간 뒤 한 시간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베이징 사무소의 이수광 소장은 "베이징 동북의 미윈(密雲)현에서 1차 조림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먼터우거우 구역 200㏊ 야산 지역에서 4월 중순부터 2차 조림에 나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10여 명이 한 조가 된 인부들은 "돌이 많아 하루 종일 일해도 나무 심을 구덩이를 대여섯 개밖에 못 판다"고 푸념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베이징시는 풀뿌리까지 먹어 대는 양떼를 방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도 사막화 현상은 베이징시까지 삼킬 기세다. 이미 시 중심에서 서쪽으로 70여㎞ 지점에 있는 캉시(康熙)초원 일대까지 사막화가 진행됐다. 다급해진 베이징시는 2001년 조림사업 전담 부서를 만들고 황사 공동 피해국인 한국.일본은 물론 독일.네덜란드.말레이시아 등과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다.

◆ 단수.목축 금지 등 극단적 조치도=중국 북부와 서부 지역에서도 다양한 대책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263만㏊의 초원을 '영구 목축 금지 지역'으로 정했다. 또 316만㏊를 일시적인 방목 금지 지역으로 묶고, 16억 위안(약 2080억원)을 들여 초지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황사가 심한 간쑤성 란저우(蘭州)시는 수돗물 공급을 매일 두 시간 정도 끊는다. 이렇게 아낀 수돗물을 밤 시간 인근 초원에 뿌려 대고 있다. 황사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양떼가 풀뿌리까지 파먹는 것을 막기 위해 방목하지 않고 우리에 가둬 키워도 잘 자라는 품종을 보급하는 지방도 있다. 간쑤성은 가구당 100마리 이상의 양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다. 중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막화와 황사는 이제 중국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동북아의 환경 재앙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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