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한국의 잠든 효심을 깨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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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사세요." 9일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방문한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 김영희씨의 만수무강을 빌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는 정말 강한 분이다. 어머니는 제게 큰 영감을 주시고 항상 이끌어 주셨다. 그분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하인스 워드는 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펄벅재단 주최로 열린 '혼혈 아동 희망 나누기' 행사에서 어머니 김영희(59)씨에 대한 깊은 효심(孝心)을 또 한번 나타냈다. 워드는 100여 명의 혼혈 아동 및 부모들에게 "우리 어머니께서도 여기 계신 분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어머니의 이름을 붙인 장학재단을 설립해 한국 내 혼혈 아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혼혈인 가수 인순이는 "워드가 더욱 한국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지극한 효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효자' 워드가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효'의 가치가 급속히 퇴조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이 한국계 혼혈인이 보여주고 있는 '어머니 사랑'은 우리에게 전통적 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워드가)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효의) 교과서"라며 "효자상을 주고 싶다"고 극찬했다.

2월 미 프로풋볼리그(NFL) 수퍼보울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을 때도 워드는 모든 공로를 어머니에게 돌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워드의 어머니 찬양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4일 입국 회견에서 그는 "시즌 전부터 어머니와 약속했던 한국 방문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돼 기쁘다"며 "어머니가 자란 곳을 둘러보고 싶고 어머니를 위해 한국에 집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나보다 더 고생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를 키워준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가 나를 계속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어머니의 성공담을 알리기 위해서"라며 "어머니는 나의 MVP"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어머니가 피곤해한다는 이유로 공식 일정까지 축소하려 하는 등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7일 워드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예정에 없이 에버랜드에 간 것은 어머니가 놀이동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워드는 방문하는 곳에서 인파에 떠밀려 어머니와 떨어질 때마다 "우리 어머니 어디 있느냐"며 찾아다닐 정도다.

펄벅재단 행사 때 워드와 만난 흑인 혼혈 강수일(19.상지대 축구부)군은 "워드 형의 어머니 사랑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내게도 큰 귀감이 된다"며 "빨리 프로리그에 진출해 어머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워드 관련 기사를 눈여겨봐왔다는 대학생 정준석(26)씨도 "효도라는 것은 피부색과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워드의 한국 방문은 혼혈인 이슈와 함께 '효의 의미'라는 또 다른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박성우.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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