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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란 공격설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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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공격 대상 선별 중"=WP는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주요 핵시설을 폭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력한 공격 대상으로 이란 내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나탄즈와 이스파한 등을 꼽았다. 하지만 지상전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 행정부에서 거론되는 '이란 공격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폭격기를 동원해 핵시설을 정밀폭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순항 미사일을 동원해 핵시설은 물론 이란 정보부.혁명군 사령부와 정부기관 등을 광범위하게 폭격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기자인 세이무어 허시는 뉴요커지 최신호에서 "현재 미 공군은 공격 목표들을 선별하고 있으며, 특수부대원들이 이란으로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주요 상원의원들을 만나 이란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하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핵폭탄을 동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 부작용 우려=부시 행정부의 계획은 핵시설을 공격하면 궁극적으로 이란 국민이 봉기해 현 정권을 전복시킬 것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군사 전문가와 일부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전제에 회의적이다. 미국의 공격은 기껏해야 이란의 핵개발 계획을 몇 년 늦추는 효과만 있을 뿐이며 테러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우려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란 핵 공격은 전 세계에 산재한 미국 시설과 미국인에 대한 이란의 공격만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이런 분위기 탓에 이란 공격이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관련국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외교적 책략으로 선제공격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커트 캠벨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부시 정부의 상당수 인사가 폭격을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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