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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효능 찾고 치료성분 합치고 … 약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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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 1위의 제약사 화이자가 최근 내놓은 '카듀엣'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심혈관계 치료제인 이 약은 완전히 새로 개발된 약물이 아니다. '블록버스터 약물(매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로 손꼽히는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를 합친 복합제다. 이 약품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동시에 떨어뜨릴 뿐 아니라 관상동맥 질환과 심근경색증.뇌졸중 등을 예방했다.

1899년 바이엘이 내놓은 아스피린은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두통.치통 등 160여 가지의 통증에서 인류를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아스피린은 최근 '적응증 확대 시험(출시 뒤에 새로운 약효를 찾아내는 임상시험)'을 해보니 새로운 효능이 밝혀졌다. 기존의 용량(500㎎)을 5분의 1로 줄인 100㎎을 투여한 결과 혈관에 '혈전'이라는 덩어리가 생성되는 현상을 차단해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을 예방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스피린의 국내 매출은 175억원이다. 2001년(33억원)의 다섯 배가 넘게 증가했다.

바이엘 코리아의 이재원 이사는 "각종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부담이 해가 갈수록 늘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연구개발 통계 전문업체인 파렉셀사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약 하나를 내놓는 평균 비용은 1976년 5400만 달러(약 518억원)였으나, 90년 3억5900만 달러(약 3446억원)로 치솟았다. 2004년에는 12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10억 달러 선을 뛰어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듀엣처럼 복합제로 신약을 내놓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카듀엣과 함께 대표적인 복합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천식 치료제 '심비코트'다. 천식환자들이 함께 지니고 다니는 기관지 확장제와 기관지 염증 치료제를 합쳤다. 기존의 독성 등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물이기 때문에 시험 절차가 훨씬 간단해져 개발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 물질을 찾아 신약을 내 놓으려면 동물실험에서 독성을 테스트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적응증 확대 시험을 앞다퉈 늘리는 것은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다.

보톡스가 바로 적응증 확대의 성공 사례다. 원래 눈꺼풀 떨림증과 사시 치료제로 사용하던 것을 주름 제거로 용도를 확대했다. 이를 개발한 엘러간사는 한국에서만 한 해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엘러간은 보톡스가 편두통.요실금.전립선 비대증.겨드랑이 다한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적응증 확대 시험에서 입증했다.

일라이릴리의 '프로작'도 86년 개발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우울증 치료제다. 이 회사는 최근 프로작을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로 다시 포장해 내놓고 있다. 생리와 함께 나타나는 복부팽만감.우울증.식욕감퇴 등의 증후군에 약효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찾아낸 것이다.

심재우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10일자 E11면 '약의 재발견' 기사에 곁들인 '글로벌 톱10 제약업체들은 연구개발에 얼마나 투자할까' 표에서 각사 매출액이 잘못 실렸습니다. 표에 실린 수치에 10을 곱해야 정확한 액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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