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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도보다리에서 ‘베트남 모델’ 말했다…“동아시아 리더되고 싶어해”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베트남식 개혁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매일경제가 3일 보도했다.

매일경제, 정부 고위 관계자 인용해 보도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매일경제에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중 김 위원장이 '베트남식 모델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도보다리 산책에 이은 벤치 대담을 하며 이 같은 뜻을 진지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판문점=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판문점=김상선 기자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베트남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는 중국보다 자본에 대한 통제가 덜하고,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정은은 (아직 젊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획기적인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을 동아시아의 주요국으로 부상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데 그 방법의 하나로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직후에도 청와대 일각에서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도 회담 직후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의 길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도이머이'로 불리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접목한 정책이다.

이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북한은 이미 베트남식 개혁·개방과 관련한 연구를 상당히 축적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자본을 획기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베트남식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을 취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은 주한미군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이번에 했다"며 "북한은 주한미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미군을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주적이 되지, 먼 나라가 주적이 되는 경우는 없다. 미국은 주적이 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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