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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과속운전… 고질적 안전무시 관행 뿌리 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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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 화재,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친 2015년 1월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모두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행안부, '7대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 단속강화·제도개선 #고의적 피난시설 폐쇄·차단행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국민안전 이것만은 꼭 바꿉시다' 안전문화운동도 추진키로

지난 2015년 2월에는 짙은 안개 속에서 과속으로 영종대교를 달리던 차량 106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2명이 숨지고 13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안전을 무시한 결과였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의 복합상가건물.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의 복합상가건물. [중앙포토]

행정안전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경찰청·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안전정책조정회를 열고 ‘7대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생활 속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을 법·제도 개선과 신고·단속 강화, 국민 참여(안전문화운동 전개)로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관계부처는 7대 안전무시 관행으로 불법 주·정차와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 운전, 안전띠(어린이 카시트 포함), 건설현장 보호구 미착용, 등산 시 화기·인화물질 소지, 구명조끼 미착용을 꼽았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 의용소방대 국민 안전문화확산 캠페인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 의용소방대 국민 안전문화확산 캠페인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뉴스1]

행안부는 우선 피난시설을 임의로 폐쇄하거나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기로 했다. 안전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현행 3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관련 법을 개정했다.

소방활동에 장애를 주는 불법 주·정차 차량의 범칙금을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하고 벌점(10점)도 부과할 방침이다.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에서는 적색 노면 표시를 적용키로 했다. 소방활동에 장애를 주는 주·정차 차량과 시설물은 강제로 제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 2015년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가량에 불과했지만 차량들이 과속으로 달리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가량에 불과했지만 차량들이 과속으로 달리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과속운전 근절대책도 추진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위반이나 연 10회 이상 상습 법규위반 등 이른바 ‘고위험 법규 위반자’는 면허 정지·취소와 함께 6개월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스쿨존 단속 과속용 폐쇄회로TV(CCTV) 설치도 확대한다. 현재 전국 6083개 초등학교 주 출입로 주변에 설치된 과속 단속용 CCTV는 306곳(5%)에 불과한 실정이다. 행안부는 전국 자치단체와 협조, 2022년까지 모든 초등학교 주변에 과속 단속용 CCTV를 설치할 방침이다.

지난 3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열린 우리 아이 스쿨존 사랑으로 지켜주세요-스쿨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열린 우리 아이 스쿨존 사랑으로 지켜주세요-스쿨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교통사고 때 사망 가능성이 높은 안전띠 미착용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 9월부터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일반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3만원)가 부과된다. 13세 미만 어린이는 2배인 6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음주·과속·무면허 등 중대사고 경력을 검증하는 ‘운전자 자격제도’도 도입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 대책도 마련했다. 근로자에 대해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사업주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안전모와 안전대·안전화 등의 착용도 의무화했다. 사고 때마다 책임 논란을 빚었던 원청 사업자도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하청사업주와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 처벌 수위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왼쪽)과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지난 3월 31일 서울시 노원구 수락산 만남의 광장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산불예방 홍보물을 나눠주며 산불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현 산림청장(왼쪽)과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지난 3월 31일 서울시 노원구 수락산 만남의 광장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산불예방 홍보물을 나눠주며 산불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 등 관계부처는 실화로 인한 산불방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산불 가해자에 대해 엄격한 법 적용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산불 실화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산불조사 감식을 의무화하고 산불 위험시기 취약지역 입산 통제구역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생활 속 참여와 실천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7대 안전무시 관행, 이것만은 꼭 바꿉시다!’라는 안전문화운동을 추진키로 했다. 이 운동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재난안전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지난달 11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안전대진단의 일환으로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원을 찾아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안전대진단의 일환으로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원을 찾아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는 안전무시 관행의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안전보안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주요 교통 위반행위 집중 단속, 불시 소방특별조사 확대, 행락철 기동단속 및 순찰, 해상 안전 저해행위 단속 강화 등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랜 기간 생활 속에 자리 잡은 관행이지만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반드시 바뀔 것”이라며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나와 우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모든 국민이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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