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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보다 낮게 질소산화물 배출하는 공장에도 돈 물린다

중앙일보

입력

충남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배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배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내년부터는 사업장에서 배출허용 기준 아래로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더라도 부과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사업장 전체로는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질소산화물은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석탄·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로 그 자체로도 독성을 지니지만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에 대해 부과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4일부터 40일 동안 입법 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산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이번 입법 예고 과정에서도 산업계와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출량 1㎏당 2130원씩 부과

자난 1월 전국적인 한파 속에서 인천시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난 1월 전국적인 한파 속에서 인천시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사업장에서 질소산화물을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배출하더라도 기본 부과금을 물리고,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해서 높은 농도로 배출하면 더 높은 초과 부담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먼지와 황산화물에 대해서만 이 같은 대기오염 배출 부담금을 물렸으나, 이번에 질소산화물도 추가했다. 먼지는 ㎏당 770원, 황산화물은 ㎏당 500원씩 부과하고 있다.

환경부는 개정안에서 부담금 부과 액수를 질소산화물 1㎏당 2130원으로 제시했다.
환경부는 산업계의 의견과 사업장의 오염 물질 처리 비용을 고려해 부과 단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담금 부과는 배출량뿐만 아니라 농도별·지역별·연도별 부과계수 등을 고려한 계산 식을 통해 산출되며, 이들 계수는 이미 시행 중인 먼지·황산화물과 동일하다.

농도별 부과계수는 배출허용기준과 실제 배출 농도와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고, 지역별 부과계수는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차등 부과하기 위한 계수다. 연도별 부과금 산정지수는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서 매년 고시된다.

2020년부터 부과 대상 점차 확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광화문 광장.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인 질소산화물 농도는 최근 5년간 별로 개선되지 않고 23~24ppb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중앙포토]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광화문 광장.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인 질소산화물 농도는 최근 5년간 별로 개선되지 않고 23~24ppb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중앙포토]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은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된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부과될 전망이고, 기본부과금 부과 대상도 점차 확대된다.

2020년까지는 사업장의 반기(상반기, 하반기)별로 평균 배출 농도가 배출허용기준 수치의 70% 이상일 경우에만 부과한다. 실제 배출 농도가 배출허용기준의 70%가 안 될 때는 부과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2021년에는 실제 배출 농도가 배출허용기준의 50% 이상이면 부과금 부과 대상이 되고, 2022년 이후에는 배출허용기준의 30% 이상이면 부과금 부과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배출량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사업장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현재는 현장 측정한 배출량에 20%를 가산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배출허용기준 농도에다 부과 기간 동안 배출시설의 최대 용량을 바탕으로 추정한 배출량에 20%를 가산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1991년 도입 이후 부과 단가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먼지·황산화물에 대해서도 연구 용역을 거쳐 그동안 방지기술 수준이나 오염방지 처리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배출량 13.1% 감축 기대

지난 3월 29일 경인아라뱃길에서 본 영종대교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사업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뉴스1]

지난 3월 29일 경인아라뱃길에서 본 영종대교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사업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뉴스1]

환경부는 이번에 도입한 질소산화물 부과금이 오염물질 처리 비용을 약 10% 웃돌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방지시설의 설치와 운영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신건일 대기관리과장은 "부과금을 부담하지 않는 수준까지 오염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각 사업장에서 오염 방지시설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경우 연간 3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추가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현재 수준으로 배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3000억원보다 더 많은 부담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환경부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따른 사회적 편익은 약 7조5000억원으로 산업계 부담의 약 25배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대기배출부과금을 물지 않는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처리할 경우 연간 16만t의 질소산화물이 저감될 것이라는 추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는 지난 2015년 '대기오염물질 사회적 비용 재평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질소산화물 1t을 줄일 때마다 4600만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질소산화물을 16만t 줄일 경우 초미세먼지(PM2.5)는 연간 1만3000t을 줄어들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목표인 9만9000t의 13.1% 수준이다.

미세먼지·오존 등 4계절 오염 주범

서울 덕수궁 앞에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존농도가 0.070ppm을 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덕수궁 앞에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존농도가 0.070ppm을 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장·발전소 굴뚝,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주로 이산화질소(NO2) 형태로 배출된다. 이산화질소는 그 자체로 기침이나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산성비를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로 바뀌는, 이른바 미세먼지 2차 생성과 관련이 크다. 봄과 여름 자외선이 강할 때는 질소산화물이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으로 바뀌어 인체와 식물 등에 피해를 준다.

국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14년 기준으로 연간 114만t이며, 이중 수송부문이 65만t(57%), 산업부문 40만t(35%), 생활부문 9만t(8%) 순으로 배출된다. 2010년 총배출량 106만t에서 늘고 있으며, 에너지산업이나 제조업 등 산업부문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먼지나 황산화물의 경우 배출허용기준 대비 실제 배출 수준은 20~40%이지만, 질소산화물의 경우는 배출허용기준의 70~85% 수준으로 배출 수준이 높은 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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