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꿈나무] 그림책은 아이와 엄마를 잇는 다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최은희 지음, 우리교육
323쪽, 1만5000원

"읽어주고 또 읽어주고…."

한 학습지 광고 문구다. 엄마들에게는 자식을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는 주문처럼 들린다. 예닐곱된 아이의 엄마라면 한번쯤 품어봤음 직할 '책 많이 읽혀 명문대 보내기'란 생각에 일침을 놓는 책이 나왔다.

공립 대안학교인 천안 거산초등학교에서 16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던 아동문학가 최은희씨가 쓴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그림책을 교육의 도구로 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책이다. 구구절절, 그리고 설득력이 무척 크다. 저자의 주문은 책을 읽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에게 배우고 아이를 이해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르침을 줬던' 제자들 이야기를 그림책 내용과 함께 총 17장으로 펼쳐놓았다. 이런 구절이 보인다.

"수연이란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예산 외가에 가서 수박 모종 심는 일을 며칠 도왔다. 뙤약볕에 속이 메슥거릴 정도였지만 아이는 꾹 참고 3만원을 벌었다. 부모는 뭔가를 갖고 싶은 게 있겠거니 하며 대견해했다. 그런데 수연이 3만원을 들고 잠시 밖에 나가는 눈치이더니 웬걸 빈손으로 돌아왔다. 화가 난 엄마가 매까지 들자 수연이는 연신 주저하며 자기 반의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걔가 눈이 나쁜데 안경 살 돈이 없어서….'"

제 살점을 떼어 친구들에게 나눠줬던 무지개 물고기. 최씨는 마루쿠스 피스터의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를 수연에게서 발견했다. 또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을 통해서는 부모가 하는 족발집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매일 지각하는 용훈이를 이해하게 된다. 책은 아이와 엄마.선생님을 잇는 다리일 뿐이다. 엄마들이여, 제발 아이와 책을 읽을 때 '논술'은 잊어라!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