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노후생활 망치는 ‘물가 악마’를 이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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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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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가 마침내 3%를 돌파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물가 상승에 대한 전망 때문이다. 상승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국제유가와 함께 미국발 무역 제재로 인해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후자금을 만드는데 가장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물가다. 노후준비란 초장기 플랜에선 물가상승률이 ‘눈덩이 효과’를 일으켜 돈의 가치를 왕창 갉아먹어서다. 돈 가치는 시간이 길수록, 물가상승이 심할수록 하락세에 가속이 붙는다.

주어진 물가 상승 아래 현재 돈의 가치가 절반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72법칙이다. 72란 숫자를 연간 물가상승률로 나누면 원금의 가치가 반 토막 날 때까지 걸리는 햇수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물가상승률이 3%라면 24년 뒤 화폐가치가 절반이 돼 그 시점의 1000원은 구매력을 기준으로 현재의 500원에 해당한다. 30대 중반의 월급쟁이가 24년 뒤의 노후자금을 5억원으로 계산했다면 목표는 10억원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돈의 속성을 감안하면 은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분명해진다. 투자수익률이 최소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만 목표자금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2%지만 투자수익률이 6%라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가치는 그 차이인 4% 복리로 불어난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면 투자원금의 실질가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결국 은퇴설계는 죽는 날까지 어떻게 하면 물가 훼방꾼을 철저하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은퇴 시작 시점에 얼마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방식보다는 은퇴 기간을 3단계로 나누어 자산을 분산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물가를 이겨낼 수 있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저물가의 영향으로 은퇴 설계에서 물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지금의 초저금리 기조가 끝나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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