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27일 오전 10시15분 시작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옆에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른쪽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자리했다. 두 사람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김여정)과 폐막식(김영철) 때도 방한했었다. 김 위원장이 대남관계 얼굴로 내세우는 2인인 셈이다.
타이밍 맞춰 펜·서류 착착 대령 #김 위원장 모두발언 깨알 메모 #함께 자리한 김영철 통전부장 #김정은 시대 대표적 파워엘리트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사실상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부터 핸드백 이외에 검은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왔는데, 김 위원장이 회담 테이블에 앉는 타이밍에 맞춰 이 서류가방을 열고 파일을 꺼내 김 위원장 앞에 놓았다. 회담 자료를 손수 챙겨온 것이다.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 내내 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김 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할 때도 그가 건넨 펜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화동에게 받은 꽃다발을 건네받은 것도 그였다. 김 위원장이 국군의장대를 사열할 때도 그는 다른 북측 수행원들과는 거리를 두고 오빠의 동선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월 방한 당시 임신설이 불거졌으나, 이날 화면상으로는 임신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타이트한 스타일의 회색 치마 정장을 입고 왔는데 배가 나온 듯한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인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카운터파트다. 그는 군 출신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다. 지난 2일 남측 예술단 평양 방문 당시 기자단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역이라는 김영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군 시절에도 김 부장은 대표적 대남통으로 통했다. 남북 군사회담에도 단골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와 회담했던 인사들은 “위압적인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김 위원장이 후계수업을 받고 있던 2009년, 그를 정찰총국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 부장은 김정은 시대 대표적 파워엘리트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엔 아예 군복을 벗고 당의 대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군 시절부터 김 부장의 오른팔이었던 이선권도 군복을 벗고 대남 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외연을 넓히는데,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도 김영철-서훈 라인이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하기도 했다.
북측 공식 수행원 9명 중엔 이들 외에도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국회)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외교 담당인 이수용 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도 포함됐다. 군에서는 이명수 총참모장(합참의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국방부 장관)이 나서 주목을 받았다.
전수진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