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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통신·금융계좌 영장 기각 … 검·경, 서로 네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경수(51)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신영장과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부실·늑장 수사 논란에 이어 검·경 간 ‘책임 떠넘기기’식 신경전까지 펼쳐지는 셈이다. 이러는 사이 드루킹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김경수 의원에 대한 본격 수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경찰 “필요성 없다며 검찰이 기각” #검찰 “수사 기밀 공표 납득 안 가” #선관위가 작년 수사 의뢰한 내용도 #경찰, 지난 25일에야 자료 요청 공문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지난 24일 김 의원의 보좌관 한모(49)씨에 대한 대물영장 등을 신청할 때 김 의원의 통화내역 조회와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으나 검찰이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 데는 검찰 책임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에도 한씨의 자택·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대부분 기각하고 통화내역과 금융계좌 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씨는 드루킹이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김모(49·필명 성원)씨로부터 지난해 9월 500만원을 받았다가 드루킹 구속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돌려준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틀 연속 예민하게 반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어떤 영장을 청구하고 기각했는지 자체가 수사 기밀사항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아니다. 그런 게 외부에 공표됐다고 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오픈해도 우리는 기본 원칙에 따라서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검찰은 전날도 “지금이라도 영장 요건을 충족해오면 법원에 즉시 청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대선 직전 드루킹과 관련, 수상한 8억원의 자금흐름을 파악해 검찰에 수사의뢰한 내용에 대해서도 경찰이 늑장대응을 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당시 선관위는 금융거래 내역 조사 등을 거쳐 “불명확한 자금 흐름이 확인되고 특정후보를 위해 글을 쓴 대가로 의심된다”면서 드루킹과 경공모 자금관리책 ‘파로스’ 김모(49)씨를 수사의뢰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공시시효 만료 한달 전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는 많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청구한 계좌추적 영장 중에서 법원에서 기각된 게 적지 않다”며 수사에 미진한 대목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경찰은 이 사건을 들여다보겠다는 결정을 드루킹 구속(지난달 25일) 한달이 지나서야 했다. 선관위 관련 사건의 보도가 언론에 처음 나간 게 17일. 경찰이 이같은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17일 이후에는 최대한 빠르게 당시의 수사기록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나온다.

하지만 경찰이 고양지청에 자료요청 공문을 접수한 것은 언론 보도가 나가고 일주일도 더 지난 25일이다. 이에 대해 고양지청 관계자는 "공문에 자료 요청 사유와 범위를 적지않아 보완토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점도 미묘하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팀장이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아직까지 관련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비판한 직후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권 의원의 지적이 있은 후 자료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오전 9시19분 중앙선관위에 처음 문의를 했고 절차를 밟아 25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자료 요청 공문을 접수했다”며 "자금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영장 신청 및 집행 등에 분주한 상황이라 24일에야 선관위 등에 자료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영익·홍상지·여성국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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