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못댔던 「현장」파고든다|30감독들 민주화바람에 "앵글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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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화속에 우리들의 삶의 현장을 담자.』 30대 젊은감독들이 최근 사회문제를 리얼하게 조명하는 작품연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각기 소재와 형식은 다르지만 모두 강렬한 문제의식을갖고 이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페인트공·여공·농촌청년·매춘부등 주로 사회저변의 삶의 모습과 갈등을통해 이 시대상을 리얼하게 표출시키려는 것이다.
70년대이후 표현 부자유 때문에 단절되다시피 해온 한국영화의 우수한 려얼리즘 전통을 되살리자는 의욕에 부풀어 있다.
이같은 젊은 작가들의 「도전」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민주화바람과 소재개방·표현자유에 힘입어 빛을 보게 됐다.
현재 촬영중이거나·기획중인 작품은 박광수감독의 『칠수와 만수』, 박종원감독의 『구로아리랑』, 강우석감독의 『달콤한 신부들』, 유진선감독의 『매춘』, 백시민감독의 『우리가 떠난 도시』, 장길수감독의『아메리카 아메리카』등이다.
박광수감독 (33) 의 『칠수와만수』는 지난86년 화제를 모았던 동명연극에서 소재를 빌어와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각기 성격과 꿈이 다른 20대와 30대 두 페인트공의 생활과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이시대 상황의 모순을 배면에 짙게 깔고 있다.
박감독은 『도시서민의 삶과 의식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리겠다』고 연출의도를 밝힌다.
박감독은 서울대에서 영화서클활동을 했으며 프랑스에 유학했던 학구파. 안성기·박중훈이 주연을 맡아 현재 촬영을 거의 끝냈다.
박종원감독 (30) 의 데뷔작『구로아리랑』은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구로공단 한 여공의 모습을 통해 노동문제를 부각시킨다. 이문열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하는 것.
박감독과 시나리오작가 이하영씨는 사실성을 높이기위해 직접 10여일동안 구로공단을 취재하고 여공들을 인터뷰했다.
『순진하고 무지한 한 여공이 위장취업대학생을 통해 자기권리와 사회적 모순에 눈떠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할 예정입니다.』
박감독은 그러나 데모현장을 담는 식의 소위 「의식화 영화」차원을 벗어나 가장 자연스러운 여공의 성장과정을 그려보겠다고 말한다. 8월초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우석감독(31)은 데뷔작 『달콤한 신부들』을 통해 신부감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두 농촌총각의 애환을 코믹터치로 조명한다. 최재성·최수지등을 기용해 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마쳤다.
유진선감독 (36) 의 『매춘』은 역시 동명연극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을 영화화하는것으로 유명한 매춘지대를 다큐멘터리식으로 담으면서 매춘부들의 비극적 삶을 고발한다.
장길수감독 (34) 은 불법체류자등 미국 교포사회의 애환을 리얼하게 담은 『아메리카 아메리카』를 미국 로케중이다.
김지미·이보희·길용우·신성일 출연.
이밖에 백시민감독 (38)도 데뷔작으로 제적당한 운동권학생의 좌절과 사랑을 담은 『우리가 떠난 도시』의 연출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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