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현장의 놀라운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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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1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 캄간가스 정유소 참사현장의 증언은 실로 충격적이다. 전쟁의 포화가 빗발치는 작업현장이 변변한 방공호하나 없이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나 인명을 이렇게도 경시할 수 있는가 하는 놀라움에 아연할 뿐이다.
대림의 참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재해였다. 1주전부터 폭격의 예고가 있었고 그 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 방송국이 3차례나 거듭 경고방송을 했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이란주재 우리대사관 직원들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반드시 공습이 있게 마련이니 주의하라는 특별한 당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고와 당부는 회사측에 의해 모두 무시되었다. 무시만 당한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겁장이라며 오히려 힐책까지 했다. 이 회사는 평소에도 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해 경보가 울려도 대피를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작업장을 떠난 근로자에게는 수당지급을 중지하거나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었다고 한다.
기능공들의 외부출입을 막으려고 철조망을 치고 현지인을 시켜 감시까지 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사고 당일에도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대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건설기업들이 우리 근로자들이 흘린 땀으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고 엄청난 해외 수주실적을 올렸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기업이 근로자를 아끼기는 커녕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생명의 안전에 그토록 무신경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용서될 수 없다. 기업이 아무리 부를 축적했더라도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으면 그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노-사가 공존하고 평화를 이루겠다는 기업관이 서 있지 않는 기업은 끝내는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존립마저 위태로와질 뿐이다.
요즘 국내 곳곳의 사업장에서도 직업병환자가 속출하고 산재대국이라는 오명을 덮어 쓰고 있지만 이 것이 모두 돈만 알고 안전을 무시한 인간경시에 기인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도 보았듯이 안전을 게을리하면 결국은 무서운 결과를 낱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빚게 된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비극과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의 댓가를 결국은 사회가 걸머져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손실 못지않게 사회부담도 적지 않다.
이제 기업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그것이 사회가 잘되게 기업이 기여하는 동시에 기업 스스로를 흉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등 외국의 기업들이 일찍이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려 안전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장학사업이나 연구, 예술활동등에 기업헌금을 다투어내는 현실에서도 익히 알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 자기 기업을 안전하게하고 기업과 기업이 바탕한 체제의 유지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3만6천여명의 근로자들을 중동에 두고 있다. 이번과 같은 제2, 제3의 참사가 언제 일어 날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그동안 당국이·해외 진츨기업에 대해 지도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들 대형 참사는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와 감독의 부재, 무방비의 방치가 안전의 부재와 인간 이하의 처우를 빚게한 큰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당국의 책임은 조금도 면할 길 없다.
이번사고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규명에 이어 국내외 기업의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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