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각막이식 이상욱<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안과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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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병들어 못쓰게된 신체 일부를 떼어내고 대신 건강한 조직으로 바꾸는 것을 이식이라 한다. 심장이나 콩팥이식도 있으나 사실 각막이식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거부반응이 훨씬 적어 성공률도 90%에 가깝다. 흔히 각막이식이라면 눈 전체를 이식하는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현재 눈 전체의 이식은 불가능하고 다만 눈의 일부분인 각막이식만이 가능하다.
각막은 눈의 검은자에 해당하는 투명한 부분이며 흰자 (결막)와 같이 외계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외상을 받거나 염증이 생기기쉽다.
그렇게 되면 투명한 각막에 뿌옇게 백태가 끼어 마치 우유빛 유리를 통해 보는것 처럼 시력을 잃게된다. 이와같이 각막에 백태가 끼었을 때는 뿌옇게 된 각막을 떼어내고 투명한 각막으로 이식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막 이외의 부분은 정상이어야만 각막이식수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있다. 각막이식이 필요한, 각막혼탁을 일으키는 원인중 가장 많은 것이 눈을 다쳐서 오는 경우이고, 그다음이 바이러스로 오는 단순 헤르페스성 각막염이 있다. 이것은 재발을 거듭하면서 백태가 점점 진해져 급기야는 실명하고마는 병이다. 그밖에도 세균·곰팡이등으로 각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선천성 또는 유전으로 오는 각막질환으로 실명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는 약 15만명의 실명자가 있는데 이중약 10%인 1만5천명정도가 각막이식수술만 받으면 다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얼마전에도 유전성 각막질환으로 서서히 두눈의 시력을 잃어 직장까지 그만두게된 젊은 사람이 각막이식수술로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직장에 돌아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각막이식수술을 해서 빛을 보게 하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사람의 눈이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절대로 사고 팔수는 없는것이기 때문에 불우한 앞못보는 사람을 위해 죽은후 눈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만 된다.
기증된 안구를 받아 보관했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눈은행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눈은행은 67년 성모병원에 처음생겨 이제까지 1천5백명이나 눈을 기증했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은 수술을 받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기증된 눈이 모자라는 안타까운 실정이어서 암흑에서 헤매는 수많은 실명자를 위해 보다 많은 헌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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