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학자 미하일·바흐친 국내학계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구현대문학이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있는 러시아 문학이론가「미하일·바흐친」(1895∼1975)에 관한 연구가 최근 국내에서도 활발히 일고 있다. 80년대들어 국내에서 동구권문학이론가로는 헝가리태생의 거장 「루카치」이후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바흐친」은 85년 문학평론가 권오룡씨가 서울대 석사학위논문으로 다루면서 문단및 학계의 주목을 끈바 있으나 본격적인 소개및 연구는 올들어서부터라고 할수 있다.
「바흐친」관련 서적으로는 지난해「츠베탕·토도로프」의『바흐친:문학사회학과 대화이론』(까치간·최현무역)이 출간됐고, 올들어서는 「바흐친」원전인『바흐친의 소설미학』(열린책들간·이득재역)과『도스토예 프스키 시학』(정음사간·김근식역)등이 번역돼 나봤다.
「바흐친」에 관한 논문들은 권오룡·심성완·권택영·김욱동씨등이 잇달아 발표해오고 있으며, 서울대·경희대등에서는 대학원생들이 「바흐친독회」등의 모임도 갖고 있다. 특히서강대 김욱동교수 (영문학)는 9월초「바흐친」에 관한 국내 첫 연구서가 될『대화적 상상력』(문학과지성사간)을 펴낼 예정으로 있어 최근의 동구권문화교류 개방흐름을 타고「바흐친」의 국내 연구는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1895년 러시아 오렐지방에서 태어난 「바흐친」은 1924년 레닌그라드 생활을 시작하면서 저술활동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는 이후 당시까지 러시아문단을 풍미했던「형식주의문학이론」과 소비에트혁명에 문학적으로 복무했던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을 비판적으로 통합, 「다성적문학-카니벌」을 내용으로하는 유명한「대화이론」을 성립시킨 대표적인 현대문학 이론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75년 타계했지만그의 주요활동기는 20∼30년대라고 할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때문에 5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 뒤늦게 주목받는 것일까. 60년대후반부터 「바흐친」붐을 일으킨 프랑스구조주의의 국내 소개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수만은 없다.
문학평론가 김현씨는 형식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갈등이 첨예했던 20∼30년대 러시아의 정치적·정신사적 상황과 80년대의 우리상황이 상당부분 유사하다는데 주목한다. 문학의 「심미적 기능」을 강조하는 형식주의와 문학의「사회적기능」을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의 대립은 70년대이후 계속되고있는 우리문학의 「참여논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흐친」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형식주의의「몰역사성」과 마르크스주의의 「기계론적 반영이론」을 모두 비판, 문학을『사회적 현상인 동시에 독자적인 실체』로 밝힌데 있다.
또 문학텍스트가 특정계층의 이해를 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단성적 권위를 부정함으로써 서로 다른 가치 체계가 자유롭게 활동할수 있는 다성적문학을 추구한 「바흐친」의 문학이론은 80년대 우리나라의 전체주의적 권위는 물론 이에 대항하는 단성적 민중주의 모두를 비판하는 유효한「이론틀」로 기능할수 있다.
김현씨는 특히「바흐친」은 ▲소설장르의 출발을 고대 민중축제(카니벌)로 봄으로써 「루카치」등에 의해 부르좌서사양식으로 규정돼온 소설장르이론을 파격적으로 수정했고 ▲민중정서를 「한」보다는「웃음」에서 구하려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권오룡씨는 ▲「바흐친」의 「다성적대화이론」은 우리소설 텍스트의 문체분석에 즉시 투입될수 있으며 ▲그의 「카니벌이론」은 특히 판소리·마당극등 우리의 전통문화양식을 소살장르 테두리속에서 분석할수 있다는 점에서「바흐친」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형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