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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신 공직자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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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경제부 기자

김원배 경제부 기자

민간 출신 금융감독원장의 잔혹사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전 원장도 부적절한 해외출장과 후원금 문제로 물러났다. 최 전 원장이 6개월, 김 전 원장은 2주간 재임하면서 최단명 기록을 경신했다. 후임 금감원장에도 민간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이런 입장문을 냈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외부 출신을 기용해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지난 정권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 출신=성공한 공직자’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민간 출신을 바로 장관이나 기관장으로 임명하면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과거 캠프 출신으로 높은 자리에 앉았지만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정권 실세라며 인사 전횡을 하다 원성을 산 경우도 있다. 관료 사회가 여러 가지 비판을 받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균질하면서 우수한 집단이다. 이런 관료 조직에서 아무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무 책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더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금융회사에 근무한 경력도 있다. 금감원에서 능력을 보이면 원장 후보군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한국GM 문제를 잘 해결하면 언젠가 금융위원장에 임명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최고위직의 깜짝 발탁보다는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민간 출신 공직자의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민간 출신의 공직 기용이 확대되면 이를 염두에 둔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기 관리를 하게 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으론 공무원의 사회 진출도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한 고위 관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정부부처 과장을 지낸 뒤엔 모두 공직을 그만두게 하고 민간 경력을 쌓게 해야 한다. 그 후 민간에서 잘하는 사람을 정부 고위직에 발탁해야 한다.”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다. 출신을 떠나 능력 있는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원배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