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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바닥 가까울수록 미세먼지 ‘나쁨’…기는 아이, 잠든 아빠 가장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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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실내 공기를 지켜라(下)

집 안에서 미세먼지 같은 유해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 있다. 잘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주범은 실내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주거 환경’과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원인을 알고 나면 청소 습관 같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미세먼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내 공기를 지켜라’ 마지막 회에서는 우리 집 실내 공기를 깨끗이 지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다.

엄마가 바닥 청소할 때 #곁에 앉아서 노는 아기 #미세먼지 더 많이 흡입

#주부 A씨는 2~3일에 한 번 진공청소기로 집 안 곳곳을 청소한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는 엄마 뒤를 쫓으며 장난을 친다.

#B씨 가족은 밤이 되면 한 방에 모인다. 엄마와 아이는 침대 위에서, B씨는 바닥에 깔아 둔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한다.

모두 평범한 가정의 사례다. 이 중 미세먼지의 ‘최고 피해자’는 누굴까. 바로 A씨의 어린 자녀와 B씨다. 집 안의 바닥 부근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조천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방바닥으로부터 각각 12㎝, 86㎝, 163㎝, 224㎝의 높이에서 약 일주일간 실시간으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12㎝에서 가장 높았고, 86㎝ 지점이 뒤를 이었다. 163·224㎝에선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PM10(지름 10㎛ 이하 미세먼지)과 PM2.5(지름 2.5㎛ 이하)에서 비슷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 수치가 바닥에서 높은 이유는 중력에 의해 가라앉은 먼지 입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어른이 청소하는 동안 바닥을 기거나 앉아서 노는 아이가 미세먼지를 더 많이 흡입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성인도 다르지 않다. 한국인은 좌식 문화에 익숙하다. 바닥에 상을 펴고 식사를 하거나 취침하는 경우가 흔하다. 평소 생활습관에 따라 미세먼지를 더 많이 흡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체내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염증 반응과 DNA 변이를 일으키며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임현욱 원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지난 몇 주간 천식이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증상 악화로 내원했다”며 “영유아의 폐는 15세 정도까지 자라야 하는데 어릴 때 미세먼지에 과다 노출되면 성인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 폐 성장에 문제 생길 수도

이런 실내 미세먼지는 청소로 제거할 수 있을까. 건국대 연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같은 집에서 주 3회씩 약 두 달간 물걸레와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했다. 실험 기간 동안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서히 감소해 24시간 ‘좋음’ 수준으로 개선됐다. 청소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도 발견됐다. 청소를 반복할수록 하루 미세먼지 농도의 변화 폭이 줄었다. 예를 들어 처음 청소한 날에는 PM2.5의 최고 농도가 179.4㎍/㎥, 최저 66.3㎍/㎥로 차이가 컸던 반면에 마지막 청소한 날은 최고 및 최저 농도가 각각 8.6㎍/㎥, 4.8㎍/㎥로 변화의 폭이 3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김조천 교수는 “원래 청소를 시작하면 바닥 먼지가 모두 떠올라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는다”며 “이번 실험 결과는 주기적으로 꼼꼼히 청소하면 먼지의 절대량이 줄고 부유하는 먼지도 줄어 미세먼지 농도가 하향 안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대청소 한 번으로는 미세먼지를 모두 없앨 수 없고 꾸준히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의 한계점도 있다. 2.5㎛보다 큰 먼지는 바닥에 가라앉아 청소기로 제거하기 수월하지만 1~2.5㎛보다 더 작은 입자는 계속 공중에 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바닥에 쌓인 2.5㎛보다 큰 먼지는 청소기와 물걸레로 제거하고 이보다 작은 부유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등으로 포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주거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수도권 100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평균 실내 PM2.5 농도가 48.36㎍/㎥로 미세먼지 ‘나쁨’이었다. 오래된 아파트(주택)일수록, 평수가 작을수록, 실내에 가구가 많을수록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았다.

청소와 공기청정기 병행 효과적

건축 연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1년 이상 된 집의 PM2.5 평균 농도는 57.71㎍/㎥로 10년 이하인 집(37.43㎍/㎥)보다 1.5배 높았다. PM10도 결과는 비슷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심인근 연구사는 “오래된 집일수록 창문과 문의 틈이 벌어져 외부 공기가 잘 들어오는데, 이 때문에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수에 따라서도 농도가 달랐다. 조사 결과 PM2.5의 평균 농도는 25평(82.64㎡) 이상보다 25평 미만에서 1.23배 높았다. 작은 집일수록 취사 등으로 생긴 미세먼지가 밀집해 생긴 결과다. 집 안에 가구가 많은 것도 공기의 질을 악화시킨다. 전체 공간의 21% 이상을 가구로 채운 경우 가구가 10% 미만인 집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1.4배 높았다. 심 연구사는 “가구가 많으면 청소하지 못하는 공간이 많아져 생긴 차이”라고 분석했다.

건축한 지 10년 이상 된 집에 살고 있다면 주 2~3회 청소와 공기청정기 사용으로 먼지의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 실내에서 요리·청소·인쇄 등 미세먼지가 순간 급증하는 활동을 할 때는 바깥 미세먼지 농도와 관계없이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온·습도가 높아지는 봄여름에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공중에 떠 다니는 곰팡이 포자와 세균도 많아진다”며 “환경 오염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비염·아토피 등이 심해질 수 있어 실내 환기와 청소에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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