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두더지 게임? … 강남 누르니 비강남 일부 급등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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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천 송도신도시 32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 4일 집주인을 만난 김모(서울 거주)씨는 계약을 포기했다. 김씨는 "5억원에 계약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는데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 집주인이 6억원을 요구해 없던 일로 하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수도권 아파트시장에서 '두더지 게임'식 돌출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올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 등지의 집값이 3.30 대책으로 주춤하는 사이 엉뚱하게 급등지역 주변이나 주택투기지역이 아닌 개발지역에서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투기지역으로 매수세 이동=인천 송도신도시, 경기도 하남시 등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은 주택투기지역이 아니어서 3.30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인천 송도동 H부동산 관계자는 "연초 2억원대 중반이면 살 수 있었던 풍림아이원 33평형을 지금 사려면 5억원은 줘야 한다"며 "연세대 캠퍼스 건립, 151층 빌딩 건설 등의 재료가 발표되면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곳 중개업자들은 3.30 대책 발표 이후 찾는 손님이 더 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추가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일동.거여지구 택지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경기도 하남시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급등지역 주변도 들썩=올 초 집값이 크게 올랐던 강남권, 양천구 목동, 용산구 동부이촌동 주변지역이 더 시끄럽다.

동작구 사당동 동작공인 권현진 사장은 "지난달 말 학군광역화 방침 보도가 나오면서 매물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당동 B공인 관계자는 "사당동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인근인 서초구 방배동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강남 진입을 노리던 수요자들이 대체지로 사당동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1단지 인근 나우공인 관계자는 "전세 수요자들이 목동단지 아파트값이 너무 오르자 주변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실제 연초 3억원 선이던 목동1단지 인근 우성아파트 33평형의 경우 최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 수요가 집중돼 아파트값이 오른 곳에서는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인천 송도동 S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송도신도시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 투자자"라며 "투자 수요는 언제든 팔고 나갈 여지가 많으므로 추격매수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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