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논픽션드라마 『녹두와 술래잡기』|어처구니없는 교권탄압 폭로|『민중교육』지 사건 다뤄 참된 교육자상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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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일 밤10시 KBS제1TV가 방영한 논픽션드라마 『녹두와 술래잡기』(연출 박광호)는 지난85년 교육계에 회오리를 일으켰던 『민중교육』지사건을 다뤄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교육 민주주의를 주장한 교사들을 당국이 반체제용공으로 몰아부쳐 교사 등 3명이 구속되고 17명의 교사가 실직 당했으며 『민중교육』지를 출간한 계간『실천문학』이 폐간 당하는 등 제 5공화국 시절의 상징적인 교육탄압으로 기억되는 이 사건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데올로기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폭로한 드라마는 『녹두와…』가 처음이다.
농촌학생들의 시 5편을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어느 중학생이 쓴 「잡초」라는 이미지가 「민중」을 의미하고 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던 선량하고 사명감 넘치는 전인순교사(당시31세·서산팔봉중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의 초점은 교육행정의 입장이 아닌 녹두라는 학생의 입장에서 「참된 교육자상」을 규명했다는데 있으며, 이는 곧 교육현장에서 동떨어진 정치적 교육행정이 얼마나 불순한가를 폭로하는 힘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교육민주화운동이 반체제·용공의 혐의를 써야만했던 85년 당시의 정치·교육적 폭력과 해직교사들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고 있는 최근 상황 사이에 놓인 길고도 험난했던 민주화운동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돼 사회극 차원에서 휴먼스토리차원으로 흐른 감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통해 『민중교육』지사건의 전모를 지켜볼 수 있었던 시청자들의 「놀람」은 값진 것이며, 이같은 놀람은 앞으로 또다른 『민중교육』지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소중한 힘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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