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출판국」불명예 씻었다|저작권시행 1년…어떻게 달라졌나|등록건수 1년새 97건 늘어|권리찾기위한 단체 결성도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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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로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우리 나라가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한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일반국민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낮고 출판계나 학계의 연구활동 역시 극히 미진하다.
단적인 예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지난 3월과 6월에 부산·대인·춘천에서 순회 개최한 저작권강연회의 청중이 각각 1백여명씩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문공부가 전국의 53개대학을 대상으로 저작권 강의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과 2개대학이 지적소유권강좌를, 7개대학이 다른 강좌의 일부에 저작권소개를 포함하고 있는 실정.
그렇지만 신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이전과는 외형상 몇 가지 점에서 현저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저작권의 등록이 87년상반기의 15건에 비해 87년하반기부터 올 6월까지 1년새 1백12건으로 늘었다. 내용별로는 국내저작물이 71건, 외국저작물이 41건으로 특히 외국저작물의 경우 87년하반기의 2건에서 올 상반기에는 39건으로 늘어난 사실은 우리 나라가 「해적출판국」이란 오명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저작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결성도 활발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박춘석)는 지난1월 국내 처음으로 저작권신탁관리업허가를 따냈다. 이에 따라 대중가요·팝송 등이 방송·음반 혹은 유흥음식점에서 광범하게 이용되면서도 저작권을 챙기지 않아 불이익을 알게 모르게 감수해야했던 작사가나 작곡가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대학교수·소설가 등 6백여명의 회원을 둔 「한국저작인협회」도 명칭을 「한국문예 학술저작권협회」(회장 김증한)로 개칭하고 신탁관리업 허가를 문공부에 신청해놓고 있다.
저작권의 국제적 대리나 중개를 목적으로 한 위탁관리업은 현재24개업체.
그러나 그 수에 비해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그 이유는 ▲대형출판사의 경우 외국출판사와의 직접 계약 ▲미국출판사들이 자국출판물의 무단복제를 우려, 원서판매에 치중 ▲EC등 유럽국가들의 한국에서의 저작권보호에 대한 의구심 등을 들 수있다.
어쨌든 이들 중개업을 통한 외국저작물의 계약은 42건으로, 국가별로는 미·일·영순이며, 종류별로는 과학기술·문화예술·사회과학순이다. 이용형태별로는 번역이 28건, 복제가 14건.
이와 함께 국내저작물의 해외수출도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역사·전래동화·창작그림책 등 한국고유의 소재를 내용으로 한 창작물이 많이 나가고 있다.
현재 13건이 추진중인데 대상국가는 일본이 9건, 대만이 3건으로 아시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실정.
한편 외국저작물 보호를 둘러싼 분쟁은 무단복제문제가 가장 대표적. 한국외서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이후 외국출판물 무단복제로 인해 8건이 형사고소를 당했고 음반·비디오의 무단복제는 금년초부터 5월말까지 2백32건이 고발 조치됐다.
새로운 저작권법의 시행과 외국저작물에 대한 보호가 2년째로 접어드는 올 하반기부터는 특히 복사기·녹음기·녹화기 등 복제 기기에 의한 저작권침해와 분쟁이 한층 더 늘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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