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은 국내에만 5000~1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힘든 장애 유형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실태조사는 전무하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도 전혀 없다. 빈곤과 고독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은 장애인 중에서도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러한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나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헬렌켈러법’이라고 이름 붙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시청각장애인 임의 단체 ‘손잡다’ 조원석 대표 등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이날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에도 관심받지 못했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안이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는 시각ㆍ청각ㆍ지체 등 15가지 장애 유형이 나와 있다. 시청각 장애는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윤 의원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기구, 전문인력 양성ㆍ파견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 시청각장애인에 관한 사항 포함 ▶시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한 전담기관 설치ㆍ운영 등을 헬렌켈러법에 명시했다.
윤 의원은 “시청각장애인은 일반 장애인과 비교해도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의 필요 정도가 매우 높다”면서 “헬렌 켈러는 모두가 알지만 정작 우리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았다. 오늘 발의하는 개정안이 장애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