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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엔 오솔길을 피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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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산의 자연생태계와 귀중한 사적(사적)이 무차별 개발·방치에 파괴돼가고 있다. 인공개발로 인해 아카시아·리기다소나무 등 외래수종이 소나무·신갈나무 등 고유수종의 영토를 잠식해 가고, 「인간공해」에 야생조류들이 산을 떠나고 있다. 또 북한산 성곽이 등산로로 이용되고 동장대 주춧돌은 등산객들의 취사용이 돼 버렸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환경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자연환경보전 연구동호인 모임인 응용생태연구회가 지난 한햇동안 실시한 「북한산 응용생태연구」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수중분포 및 야생조류 등을 살피고 그 관리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수종분포=무차별 개발로 아카시아 물오리·리기다소나무 등 인공식재된 외래수종이 전체 면적의 12.7%까지 확산돼있고 고유수종 영역을 빠르게 잠식해 가며 북한산 고유의 능선을 파괴하고 있다.
도선사∼인수산장∼인수봉∼백운대∼대동문사이는 수종이 소나무에서 신갈나무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어서 소나무 보호를 위한 보존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밖에 대형 음식점인 「고향산천」주변의 목백합이라든가 각 야영장 부근의 은사시·은행나무 등도 모두 북한산 바깥으로 옮기고 북한산내의 코스모스 등 외래종 화초를 자생 야생화로 바꿔야 한다.
◇야생조류=「인간공해」로 등산로주변에는 조류들이 잘 나타나지 않고 특히 계곡 주변에서는 이용자들이 몰리는 여름철이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따라서 우이동계곡 입구부터 깔딱고개까지 계곡의 주 등산로와 등산로양쪽 1km구간을 야생조류보호구역으로 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계곡의 콘크리트 시설을 완전히 철거, 원상태로 복원시킨 뒤 참싸리·조록싸리·산초·작살나무·국수나무·산앵두 등 새들의 먹이식물을 심어야 한다.
◇등산로=국립공원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등산로입구부터 쓰레기더미가 방치되고 길가에는 잡상인들이 혼잡을 이루는데다가 대형 불갈비 음식점이 자리잡아 인상을 흐리게 한다.
주 등산로 15.3km중 크게 훼손되어 보수정비가 필요한 곳은 약 4.9km(32%).
등산객들의 대·소변, 야영 및 소풍 등으로 등산로 양편 20∼1백m구간은 훼손 또는 파괴가 심하다.
또 등산로가 아닌 곳을 지나다니는 바람에 삼림생태계와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
때문에 등산로가 아닌 오솔길 같은 곳에는 가시가 있는 나무 또는 산초·철쭉·싸리·진달래 등 밀생하는 나무들을 심어 통행을 막아야 한다.
◇야영장=파괴된 자연의 회복이 어렵거나 토양오염이 심하고 그 피해가 주변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실정.
따라서 야영장과 주변 숲 사이에 경계를 명확히 설정, 입산을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사적훼손=지붕이 없어진 위문과 보국문·북한산성 성곽 중 일부가 등산로로 이용돼 파괴되거나 훼손된 상태.
또 주춧돌만 남아있는 동장대 위에 불을 피워 밥을 짖는가 하면 대서문의 누각이 인근 무허가 술집의 좌판으로 사용되는 등 귀중한 문화유적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
◇관리개선=이용객 대부분이 아무곳에서 야외취사를 하는 바람에 악취가 나고 자연파괴·산불발생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연자원·생태계·문화유적 자원을 적극 보존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다시 설정, 실제조사결과를 기초로 용도지구, 특히 자연보존지구가 설정되어야 한다. 또 이미 계곡부에 지정된 집단시설지구는 여름철에 집중되는 물가 이용객들의 취사·유흥 행위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신 윗쪽 자연환경지구의 계곡주변 생태계는 보호해야 한다.
이밖에 케이블카·야영장·산장·휴게소 등의 설치계획 역시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재검토돼야 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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