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계산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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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못된 근거를 갖고 '작은 정부'라고 주장해 왔다."(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

"덩치 큰 산하기관이 재정 통계에 포함된 선진국과 거의 빠진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해 온 것 자체가 무리다."(인천대 무역학과 옥동석 교수)

취재팀의 자문에 응한 전문가들이 지적한 현행 정부 집계의 문제점이다. 중앙.지방 정부의 산하기관(공기업 포함)은 모두 1146개. 이들 기관의 씀씀이는 우리 재정 통계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행정자치부 산하기관이다. 이 공단이 2004년에 쓴 돈은 8조3500억원. 하지만 정부 통계에 잡힌 내역은 3조원뿐이다. 우리 정부는 중앙부처의 '예산 회계 단위'(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그러다 보니 행정자치부의 예산서에 들어 있는 항목(공단에 대한 행자부 지원금)만 통계에 들어가게 되고 더 큰 부분인 산하기관의 자체 지출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1000개가 넘는 다른 산하기관도 이런 식으로 지출이 누락돼 왔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같이 자산의 대부분이 민간에 매각할 수 없는 도로며, 정부 정책을 펴는 곳에서 쓰는 돈이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같은 지방정부 공단의 씀씀이까지 정부 통계에 잡고 있다.

취재팀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맞춰 중앙.지방 정부 산하기관 중 255개를 추렸다. 이들은 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 디지털 예산.회계 기획단(2004년 5월 구성)이 '공공부문 재정 통계 작성범위'라는 보고서에서 재정 통계에 포함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기관이다.

취재팀은 여기에 자문교수단이 선정한 중앙.지방의 61개 기관을 추가했다. 선정 기준은 ▶정부가 기관장 임명권을 갖고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파산 때 정부가 경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공적 성격이 강하며▶자산이 70억원 이상, 지출이 100억원 이상인 기관이다. 이렇게 316개의 산하기관을 포함시켜 계산해 보니 정부 씀씀이가 국내총생산의 37.9%로 나왔다. 물론 산하기관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학계에선 "산하기관을 가급적 넓게 봐야 국민 세금이 들어간 부문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정부가 공공 분야를 방만하게 확대하려는 것도 견제할 수 있다"(충주대 행정학과 임동욱 교수)고 지적한다. 디지털 예산.회계 기획단도 현재 재정지출 통계에 포함시킬 산하기관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떤 경우든 '국내총생산의 20%대'라는 지금의 정부 수치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자문단='정부를 연구하는 사람들'(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강성남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김영민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백태웅 캐나다 UBC 법대 교수, 임동욱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문지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취재=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박정은(서울대 영문과 4년) 인턴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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