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할 인물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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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법원장인선을 두고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물의를 일으키고 계속되는 진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얼마전 김용철 전대법원장의 유임을 꾀하다가 법관들의 서명파동을 일으키고 정국이 소란스러웠던 것도 불행한 일인데 왜 또 다시 이 문제로 법조계의 반발과 국회에서의 파란을 야기시키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법조계와 여야의 폭 넓은 의견을 듣고 컨센서스를 모아 순리대로 인선을 하면 그만일텐데 파행을 거듭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기승 대법관이 10대 대법원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야당 또한 인준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더구나 앞서 서명에 앞장섰던 소장 법관들마저 사법부 쇄신의지가 미흡한 인선이라며 제2의 서명움직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법원장 내정자를 확정, 그대로 밀고 나갈 움직임이어서 법조계와 국회가 또 논란에 휩싸일 판이다.
우리가 누누이 지적했듯이 새 대법원장의 인선과 동의의 기준은 사법부 재건과 민주화 목표에 맞추어 이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는 사법부를 개혁하고 쇄신하자면 대법원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성격이 규정되고 개혁의 진척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를 정리하고 수술을 하자면 대법원장 자신이 인권과 민주의식이 투철해야하고 전력 또한 흠결이 없어야 마땅하다. 물론 과거의 행적이 티끌만큼도 흠잡을데 없고 완전무결한 인사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난한 일인줄은 안다.
그러나 현저한 결격요건은 있어서는 곤란하고 오늘날 사법부를 만신창이로 만든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징적으로라도 책임의 일단을 피할 수 없는 인사는 인선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런 흠 있는 인사는 사법부 수술을 떳떳하게 단행할수 없고 흠 있는 법관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국민과 법조인으로 부터 신망과 존경의 대상이어야 하고 덕망과 인품과 지식을 고루 갖춘 인사가 새 대법원장의 자격요건이다.
우리는 새로 선정된 대법원장 내정자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새 내정자가 새 대법원강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에 합당한가의 여부에만 관십을 두고 있을 뿐이다.
집권자의 통치철학이나 국민과의 민주화 약속은 제반 정책과 인사에서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구현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새정부의 민주화 의지의 표현은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에 앉히느냐가 관건이고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또 다시 대법원장인선을 두고 잡음과 반발을 야기한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의지를 추호라도 의심받는 일은 새정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새삼 되새겨 원만히 수습하길 바란다.
사법부는 어느 누구나 특정정파를 위한 사법부가 아니고 국민의 사법부다. 국민을 실망시키고 성가시게하고 걱정 끼치는 일은 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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