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어치 팔아 76원 남겼다 … 534개 상장사 2005년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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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사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고도 이익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와 원화 강세가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도 지난해 흑자를 낸 기업이 늘어나고 부채비율은 더욱 떨어지는 등 기업들의 경영 체질은 좀 더 튼튼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 12월 결산법인 534개 상장사(금융업 8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31조816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93% 늘었다. 반면 순익은 47조4400억원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2004년에 비해 2.1% 감소했다.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4.8% 늘었지만 순익은 10.4% 뒷걸음질쳤다. 1000원어치를 팔아 76.8원의 이문을 남긴 셈이다. 97.4원의 이익을 남긴 2004년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은행 등 금융업종은 부실채권 감소와 보유 주식 매매 차익 등에 힘입어 당기순익이 전년보다 4.5배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IT 등 수출주가 대체로 순익이 줄어든 반면 건설과 서비스업.유통업 등은 내수 호전에 힘입어 순익이 20~40% 늘어났다. 수익은 줄었지만 부채비율이 사상 최고로 떨어지는 등 국내 기업의 흑자경영이 체질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6.2%포인트 떨어진 85.9%를 기록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는 수익성이 더 나빠져 허약한 체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코스닥 상장 12월 결산법인 831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 늘었지만 순익은 29.8%나 줄었다. 유가 급등으로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상장사의 순익이 큰 폭으로 준 게 주요 요인이었다. 비금융업종 가운데에선 벤처기업의 영업이익이 32.3% 감소해 1.7% 늘어난 일반 기업과 대조를 보였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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