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연쇄살인범이 애인 죽인 후 보낸 뻔뻔한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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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경찰이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여자친구 살해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붉은색 동그라미가 피의자의 모습. [경기 의정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경찰이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여자친구 살해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붉은색 동그라미가 피의자의 모습. [경기 의정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잘 지내요?” “엄마, 다음 주에 만나요.”

6개월 사이 여자친구 2명을 살해한 일명 ‘포천 연쇄 살인사건’의 살인범 A(30)씨가 여자친구 B(21)씨를 살해한 후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B씨를 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B씨는 7월 이후에도 가족, 지인들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B씨는 부모에게 연락이 오면 “잘 지내요?” “다음 주에 만나요” 등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말투와 대화 습관이 평소와 다르지 않아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던 B씨는 다만 부모가 전화하고 싶다고 하면 “전화기 상태가 안 좋아서 힘들다”고 하거나 “졸리네요”라며 통화를 피했다.

그러다 어느 날 “최근에 채무자들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며 앞으로 연락이 어려울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는 모두 A씨가 B씨를 살해한 후 챙긴 휴대전화로 보낸 것이었다. A씨는 그동안 대화했던 기록들을 보며 맥락을 파악했고, 범행을 감추고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던 A씨는 B씨의 시신이 발견된 후 언론사에 ‘공범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기도 했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A씨는 경찰이 그가 범행에 이용하고 인천의 길가에 버린 삽까지 찾아내자 결국 “뇌출혈로 죽은 전 연인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해 바람을 쐬러 가자고 유인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의정부경찰서는 18일 A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그는 현재 지난해 12월 또 다른 여자친구 C(23·여)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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