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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서지현 검사, 젊은지도자상 수상

중앙일보

입력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4일 서울 동부지검에 설치된 ‘검찰 성추행 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 고 있다. 서 검사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미래의 가해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4일 서울 동부지검에 설치된 ‘검찰 성추행 조사단’의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 고 있다. 서 검사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미래의 가해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가 17일 한국 YWCA연합회의 제16회 한국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이날 오후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 열린 시상식에는 서검사를 대신해 변호인단이 참석해 상패를 받았다.

변호인단은 서 검사가 건강상 문제와 진행 중인 사건 때문에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서 검사는 서면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 검사는 소감에서 "분에 넘치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MeToo(미투) 운동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투 폭로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검찰 내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강자들의 성폭력, 그럼에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징계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음해하고 괴롭히면서 피해자에게 치욕과 공포를 안겨주어 스스로 입을 닫게 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와 같은 만행을 가능하게 하는 검찰 내부의 부패와 인사 관행을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십수 년 동안 이를 악물고 참고 또 참으면서 힘겹게 또 힘겹게 쌓아왔던 제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남성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자 한 것도, 검찰 전체를 공격하고자 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대다수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남성들이 힘겹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검찰에는 대다수의 선량하고 정의로운 검사들이 밤새워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일상의 차 한잔에 소소한 행복을 찾고, 가끔 남편과 투닥대기도 하고, 아이 간식과 공부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세상 앞에 섰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며 일어나고 있는 2차 가해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누구 한 사람을 공격하고 폭로하거나 개인적인 한풀이를 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바로 서야 할 검찰을, 우리가 함께 바꿔나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그 날 이후,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십 년을 보아온 그대로, 마치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참고 또 참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가해자가, 조직이, 사회가 부인과 비난, 은폐와 보복을 시작한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각오했던 일이지만, 힘겹고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수많은 공감의 목소리 속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하는 연대의 응원 속에서, 어쩌면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힘겹게 떨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아주 작은 빛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공감해주시는 목소리에 큰 위로와 격려와 용기를 받아, 힘을 내어 서 있다"며 "저의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일로 이렇게 큰 상을 주심에 다시 한번 영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 검사를 대신해 상패를 받은 조순열 변호사는 "서 검사가 피해자로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검사로서 여성으로서 여성인권 향상에 앞장서는 리더가 되려고 다짐하고 있다. 끝까지 관심과 성원을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한편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은 지난 16일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으로부터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사건 감찰을 방해하는 데 관여하고, 2014년 4월 정기 사무감사,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그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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