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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협박 세지자 체포 … 김경수·청와대·경찰 교감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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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이 17일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전 의원이 돌아가면서 천막에서 밤샘 농성을 펼칠 예정이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이 17일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전 의원이 돌아가면서 천막에서 밤샘 농성을 펼칠 예정이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고발부터 파워 블로거 ‘드루킹’이 구속될 때까지 2개월 동안 청와대와 경찰 및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씨 간에는 물고 물리는 수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수사 착수한 시점은 #드루킹이 총영사 추천한 뒤인 2월 #드루킹, 인사 불발되자 협박 시작 #백원우, 김경수 협박 보고 받은 뒤 #경찰 압수수색 등 수사 속도 붙어

민주당은 지난 1월 31일 네이버의 댓글조작 의혹 증거 정황을 수집해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새벽 시간 네이버 기사 댓글에 ‘좋아요’ 및 ‘나빠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서울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한 건 지난 2월 7일. 이미 드루킹 김모(49·구속)씨가 자신이 운영해 온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이자 2009년부터 알고 지낸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A씨를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후보로 추천한 뒤였다. 김 의원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이 요구를 전달했다. 김 의원은 “대형 로펌에 있고 일본 유명 대학을 나온 전문가라서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전달은 하겠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 A씨의 오사카 총영사 선임은 불발됐다. 이 일에 공을 들였던 김씨는 크게 낙담했다. 그는 경공모의 단체대화방인 ‘월요은하방’에 “‘김경수는 분명히 외교 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돼서 (총영사직을) 못 준다’ 이렇게 말했으니… 거짓말 확인하고 나는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썼다. “3월 말 (오사카 총영사 발표만)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라고 적었다. 이때는 김씨의 압박이 거세진 시기와 겹친다. 이후 김씨는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최근 “2월까지 의원회관을 찾아와 오사카 총영사 요구를 계속했다. 이거는 ‘좀 안 되겠다’ 싶어 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즈음 김 의원에 대한 협박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김씨는 지난 3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이들이 뉴스 메인을 장식하면서 니들이 멘붕하게 해줄 날이 ‘곧’ 올 거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했다.

드루킹 추정 인물(왼쪽)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제적 공진화 모임’ 주최로 열린 강연에 함께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드루킹 추정 인물(왼쪽)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제적 공진화 모임’ 주최로 열린 강연에 함께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김 의원에게 직접 연락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3~20일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대화 115개를 보냈다. 3190개의 URL이 담긴 글이었다. 드루킹 김씨에게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던 김 의원은 해당 메신저를 읽지 않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김 의원이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다. 민정비서관은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관장한다. 김씨가 압박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던 지난달 21일 경찰은 김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USB를 변기에 넣고 내리려는 찰나 김씨 등 3명을 긴급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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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과 긴급 체포 시기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경찰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는 등 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결과적으로 경찰이 김 의원의 해결사 역할을 한 모양새가 됐다”며 “김경수-청와대-경찰 간에 모종의 소통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백 민정비서관은 며칠 뒤(3월 말) 경공모 회원인 변호사 A씨를 청와대 연풍문 2층으로 불러 한 시간가량 만났다. 백 비서관과 A씨가 당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 비서관은 이 건(김 의원 협박)과 저 건(댓글 조작)이 같은 건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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