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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실력 드러낸 환경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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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최근 환경부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최악의 초미세먼지 오염에 내놓은 대책이 부실하다며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낙연 총리에게 핀잔을 들었다. ‘수도권 공동주택 폐비닐의 수거 거부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인터넷 기사에도 환경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환경부가 마치 동네북이라도 된 듯싶다.

요즘 환경부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은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보다 나쁠 것도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 때는 정권 차원의 압력으로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몇 달 만에 대충 끝낼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는 환경부 직원들 사이에는 ‘아무 일 안 하는 게 잘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규제를 ‘암 덩어리’라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화학물질평가법의 시행령·시행규칙에 포함된 규제를 놓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환경부를 압박했다. 환경부 직원들을 아예 ‘발암물질’로 취급했고, 설악산 케이블카 개발사업에 앞장서게 했다.

에코사이언스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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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청산, 미세먼지 해결을 공약으로 내놓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환경부의 스텝은 꼬이기만 한다.

환경부는 수자원 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기로 돼 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야당의 반대도 있지만, 수자원을 환경부로 가져 왔을 때 국민에게 과연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가 통합되면 예산이 절감된다고 강조하지만 그건 국토부로 통합돼도 마찬가지여서 매력적이지 않다.

4대강 보 재(再)자연화 문제도 미적미적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결론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 민관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말 별도 위원회를 발족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고형화 연료 규제에 나섰다가 최근 폐비닐 사태가 벌어지자 다시 완화하는 바람에 실력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해당사자는 물론 환경부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된 탓이다. 소통 없는 정책은 고통일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의 잘못은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 한다면 환경부는 그나마 남아있는 국민의 신뢰 마저 잃어버릴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