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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포털에 올라는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데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포털사업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클릭 한 번으로 처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암표상이 각종 공연ㆍ경기 티켓을 사재기하는데 주로 쓰였다. 이후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마케팅 업체들이 조회ㆍ댓글 수를 늘리거나 특정 업체를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러나 포털들이 어뷰징(반복적 댓글이나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으로 판단되는 트래픽의 IP(인터넷 주소)를 차단하고, 검색 광고나 댓글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원 김모 씨 등이 매크로를 이용해 이른바 ‘댓글 조작’ 사건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용의자들이 어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포털들이 매크로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보안정책을 뚫고 공감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캡차를 적용한 네이버 포털 로그인 페이지 [자료: 네이버]

캡차를 적용한 네이버 포털 로그인 페이지 [자료: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는 댓글 조작 방지를 위해 문자인증 보안기술인 캡차(CAPTCHA)를 적용해왔다. 동일한 IP에서 여러 다른 아이디로 접속하는 것이 포착되면 캡차를 적용하는 식이다. 캡차는 사이트 방문자가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로봇이 읽을 수 없고 인간만이 판독할 수 있는 구부러진 단어ㆍ문자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이에 더해 네이버는 1개 아이디가 24시간 동안 작성할 수 있는 댓글의 수를 20개(카카오는 30개)로 제한했다. 하루에 댓글 100개를 등록하고 싶다면 적어도 5개의 아이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1초에 수십 개의 글을 작성하는 매크로를 막기 위해 같은 아이디로 댓글을 작성한 뒤 10초(카카오는 15초)가 지나야 또 다른 댓글을 달게끔 했다. 쉽게 말해 용의자들은 여러 개의 IP를 확보한 환경에서 수백 개의 아이디를 작동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이른바 ‘댓글 조작’을 벌였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이디 1개당 특정 댓글에 달 수 있는 공감 수는 1개인데, 600개의 공감이 순식간에 달렸다는 것은 최소한 600개의 아이디를 확보했다는 뜻”이라며 “아이디를 만들 때 휴대전화 인증 등의 절차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용의자들이 대포폰이나 대포 아이디를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동일한 내용의 댓글이 반복될 경우에도 캡차를 적용하는 등 사전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을 달거나 추천하는 등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약관에 명문화했다. 앞으로 매크로 사용자가 적발될 경우, 게시글이 비공개 처리되고 이용도 제한된다.

하지만 포털들은 인위적인 댓글 조작의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하면 이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조작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작 시도를 걸러내기 위한 알고리즘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아이디 불법 거래 게시물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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