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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의 마지막 영결·추도식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 "엥~"하는 사이렌 소리가 안산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소리다.
위폐와 영정이 새로 모셔진 야외무대 맨 위엔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란 글귀와 노란 리본이 그려진 검은색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4.16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전명선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 낭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4.16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전명선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 낭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는 합동 영결·추도식이 이날 열렸다. 정부차원의 첫 영결식·추도식이다.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와 정당 대표, 국회의원, 안산시민 등 5000여 명이 영결식장을 가득 메웠다.
사회자가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됐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됐다"며 "우리가 달라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우리 가슴 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며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한 진실 규명, ^미수습자 수습 지속, ^4·16 생명안전공원 추진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을 유가족들의 슬픔에 다시 한번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정부대표 조사를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정부대표 조사를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합동분향소 철거를 언급하며 "오늘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또 아픈 이별을 하는 날"이라며 "희생자들께 죄인의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고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 총리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며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를 늘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규명하고, 그 교훈을 깊게 새기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영결·추도식 열려 #정부가 주관하는 첫 영결·주도식, 이낙연 총리 등 참석 #오전엔 진혼식과 함께 위폐·영정 야외 무대로 옮겨 #영결식 뒤엔 정부 합동분향소도 철거 #유가족 "진상규명·희생자 추모사업 등 꼭 추진해달라"

희생자 가족 대표로 무대에 오른 전명선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진실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죄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대통령께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등을 약속해 주셔서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등의 원인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오늘 영결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염원은 못난 부모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제종길 안산시장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다짐 글'을 통해 화랑유원지에 앞으로 건립될 추모공원을 소개하며 "생명과 안전을 테마로 한 아름다운 공원이 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 평화로운 나라를 기원한다"고 했다.
추모편지를 낭독한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씨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네가 그립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희생자들에 대한 헌화와 분향이 시작됐다. 앞서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진혼식을 열고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폐를 야외무대로 옮겨놨었다.
고 황민우, 고 김주은을 시작으로 합동분향소에 모셔졌던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영정 및 위패 258위가 3시간에 걸쳐 밖으로 나왔다.

정부 합동분향소에 영정이 모셔진 지 1447일 만이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종합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종합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18.04.16 최승식 기자

헌화가 시작되자 희생자 가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단원고에 다녔을 때 반별로 헌화하기 위해 모여 앉았던 이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이들의 가슴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과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글귀를 달려있었다.

세월호 4주기 추모식이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리고 있다. 20180416 안산=최승식 기자

세월호 4주기 추모식이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리고 있다. 20180416 안산=최승식 기자

이날 추도식을 끝으로 희생자들은 영면의 시간에 들어간다.

정부 합동분향소도 오는 18일쯤부터 철거에 들어간다. 분향소에 있었던 영정과 위패, 전시물 등은 유가족에 전달되거나 국가기록원에 전달된다. 그동안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15일 현재 73만5723명이 다녀갔고 추모 문자메시지는 109만여건 접수됐다.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3~28일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서 운영된 임시분향소를 다녀간 추모객 18만385명까지 더하면 추모객은 모두 91만명이 넘는다.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도 18일 이후 함께 철거된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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