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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리본 낡으면 제가 바꿔줘요"…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는 한용헌(72)씨. 김지아 기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는 한용헌(72)씨. 김지아 기자

"타인의 불행에 공감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4년째 배지를 달고 있어요."

지난 13일 금요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만난 한용헌(72)씨는 영화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그는 "참사 이후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치킨을 먹거나, '지겹다. 그만해라' 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회 공동체 의식이 무너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지났다. 시민들은 노란색 리본, 팔찌, 배지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를 기억한다.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단 원유화(26)씨. 김지아 기자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단 원유화(26)씨. 김지아 기자

대학원생 원시우(30)씨는 4년 전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그는 "고통스럽다고 잊는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리본을 달았다"며 "인터넷을 통해 리본을 100개씩 대량 구매해 친구들의 리본이 낡으면, 새 것을 준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유화(26)씨는 학교 정문에서 세월호 리본을 받았다. 김씨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도 달았구나' 생각하며 연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예성ㆍ전규민(15)군이 스티커가 붙은 신발가방을 들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이예성ㆍ전규민(15)군이 스티커가 붙은 신발가방을 들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 노원구의 중학생인 이예성ㆍ전규민(15)군은 신발 가방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들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라 자세히는 몰랐지만,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떠넘겼던 게 기억난다"며 "잊지 않으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 같아 기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명성(25)씨는 4년 전, 군대 훈련소에서 세월호 소식을 들었다. 장씨는 "4월 1일 입대한 뒤 5월 8일 수료했는데 군에서 전투복에 노란 리본을 달아줬다. 알고 보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당시 훈련소 동기 중엔 희생자 유가족도 있었다. 무력한 개인이지만 참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생각해 지금까지 팔찌를 차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를 가슴에 단 장유민(17)양. 김지아 기자

배지를 가슴에 단 장유민(17)양. 김지아 기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는 장유민(17)양은 "세월호는 내게 '두려움'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반 친구들 절반이 배지나 리본을 달고 있었는데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장명교(20)씨는 몸에 타투를 새겼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장씨는 "대학교를 안산지역으로 진학하면서 희생자 아픔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노란 리본을 팔에 새겼다"고 했다.

 세월호 리본 타투. [사진 장명교씨]

세월호 리본 타투. [사진 장명교씨]

경남 창원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오윤석(35)씨는 세월호 참사 4주기 맞아 일주일간 원하는 사람들에게 노란 리본 타투를 무료로 그려주고 있다. 그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라는 점에서 타투와 세월호는 공통점이 있다"며 "끝나지 않은 진실 규명과 미수습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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