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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치킨을 사랑하는 당신, '치킨의 성지' 대구로

중앙일보

입력

멕시칸치킨, 교촌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멕시카나, 처갓집 양념치킨, 땅땅치킨, 스모프치킨, 또이스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별별치킨, 치킨파티….

이들 치킨 브랜드의 공통점은? 바로 대구에서 영업을 시작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점이다. 치킨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배출한 대구는 치킨 애호가들 사이에서 '치킨의 성지'로 불린다.

멕시칸치킨 후라이드 치킨. [사진 멕시칸치킨]

멕시칸치킨 후라이드 치킨. [사진 멕시칸치킨]

대구시에 따르면 전국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985년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서 시작한 멕시칸치킨(당시 계성통닭)이다. 78년 2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한 멕시칸치킨은 현재 전국 1780여 개의 점포로 확장됐다. 40여년 간 멕시칸치킨에서 파생된 업체만 70여 개다.

91년 3월 대구와 인접한 경북 구미시에서 '교촌통닭'으로 시작한 교촌치킨, 99년 대구에서 창업한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지역에서 탄생했다. 교촌치킨은 이전까진 볼 수 없었던 간장 맛을 선보여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두 마리 치킨 시대를 열었다.

89년 문을 열어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멕시카나, 양념통닭하면 떠오르는 처갓집 양념치킨, 대구 토종 브랜드에서 시작해 전국 300여 개 가맹점을 둔 업체로 성장한 땅땅치킨도 대구에서 탄생했다.

대구와 닭의 인연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제작된 대구시 전도를 살펴보면 조선 3대 시장이었던 대구 서문시장에 닭을 파는 곳이 있었다.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쟁 이후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일대를 중심으로 산란계 사육농장과 부화장, 도계(屠鷄)장 등이 들어서면서 닭 산업 발전의 기반이 마련됐다. 영남지역 산업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대구와 구미, 포항 등지의 소비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계육 가공회사도 70년대 대구 칠성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70~80년대 칠성시장 청과물 상가 주변엔 닭 내장 볶음집이,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집이, 동구 평화시장엔 닭똥집(닭모래집) 골목이 형성됐다. 닭똥집 골목은 현재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대구관광사진 전국공모전에 입상한 정기환의 ‘닭똥집거리’ 작품. 대구시 동구 평화시장 내 닭똥집 명물거리 사진을 담았다. [사진 대구시]

2014년 대구관광사진 전국공모전에 입상한 정기환의 ‘닭똥집거리’ 작품. 대구시 동구 평화시장 내 닭똥집 명물거리 사진을 담았다. [사진 대구시]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도 '닭'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달구벌의 유래를 두고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달구벌을 '큰 언덕'이나 '넓은 평야'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달구벌의 '달구'를 닭의 경상도 방언인 '달구'로 보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신라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라의 국호는 다양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계림(鷄林·닭수풀)이었을 정도로 닭과의 관련성이 두드러진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도 계정(鷄井) 옆 알에서 태어났고, 그의 왕비 알영도 계룡(鷄龍·닭의 형상을 한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나 입에 닭 부리가 달려 있었다고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경주 보문동 동궁원 안에 신라 건국신화인 난생설화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알 화장실의 모습. [사진 경주시]

경주 보문동 동궁원 안에 신라 건국신화인 난생설화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알 화장실의 모습. [사진 경주시]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는 시림(始林)의 나무에 걸려 있는 황금 상자 안의 알에서 태어났는데 그 나무 아래 흰 닭이 울고 있었다고 해서 시림을 계림(鷄林)으로 개칭했다는 설화도 있다. 또 삼국유사에선 인도인이 신라를 가리켜 '구구탁예설라(矩矩托禮說羅)'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구구탁'은 닭을 뜻하고 '예설라'는 귀하다는 뜻이다. 신라가 '닭을 귀히 여기는 나라'라는 말이다.

'치킨의 성지' 대구에선 2013년부터 '치맥 페스티벌'도 매년 열리고 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합친 말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치맥 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무려 100만 명의 관람객이 축제를 즐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치맥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접한 이들이 '치킨 메카'로 몰려들면서다. 축제장에선 99개 치킨·맥주 업체가 참여해 185개 부스를 운영했다.

지난해 7월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은 방문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은 방문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2017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서 준비된 치킨들. [사진 대구시]

'2017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서 준비된 치킨들. [사진 대구시]

비록 치맥 페스티벌 기간이 아니더라도 대구시가 뽑은 '3대 치킨집'은 언제든 손님들을 맞이한다.

대구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엔 45년 전통의 '진주통닭'이 있다. 옛날 방식 그대로 기름이 팔팔 끓는 가마솥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낸다. 이른바 '제삿닭'이다.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 한가운데엔 40년 전통의 '원주통닭'이 자리하고 있다. 잘게 조각낸 닭은 얇은 튀김옷에 튀긴 것이 특징이다. 치킨만큼이나 야채찜닭의 인기가 높은 가게다.

대구 3대 치킨에 꼽히는 남문시장 '진주통닭'이 자랑하는 제삿닭. [사진 대구시]

대구 3대 치킨에 꼽히는 남문시장 '진주통닭'이 자랑하는 제삿닭. [사진 대구시]

대구 종로에 위치한 '뉴욕통닭'은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 전국 최고 양념치킨으로 꼽힌 맛집이다. 하루 80마리 한정 판매여서 늦게 방문하면 맛 보기 힘들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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