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이 낸 항소장, 박근혜가 "항소 포기" 외치지 않는 이상 유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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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왼쪽)과 박 전 대통령 (오른쪽) [뉴스1,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왼쪽)과 박 전 대통령 (오른쪽) [뉴스1, 중앙포토]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들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 동생인 박근령(64)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언니를 위해 항소했다.

법원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에 항소장을 냈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항소장은 변호인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등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 낸 항소장은 기각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족은 항소장을 낼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는 피고인을 위해 상소(항소 및 상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341조의1).

형사소송법 341조

①피고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또는 원심의 대리인이나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할 수 있다.  <개정 2005.3.31.>

②전항의 상소는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하지 못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모른 채 근령씨가 낸 항소장이 유효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지만 항소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동생인 박 전 이사장이 박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항소장을 냈거나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해 항소장을 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으로 우리 법에서 정하는 상소권자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명시한 의사가 없다면, 상소권자인 박 전 이사장이 낸 항소는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항소장을 내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 반드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해 항소장을 내도록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항소 취하서를 내는 등 명시적으로 "이 항소는 내 뜻과 다르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서울중앙지법은 우선 이 항소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올려보내게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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