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경험의 소중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7보(88~111)=안국현 8단과 탕웨이싱 9단이 공식 대국에서 만난 건 이번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이 처음이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탕웨이싱 9단이 우위에 있다. 탕웨이싱 9단은 세계대회에서 잔뼈가 굵고, 번기 승부를 치러본 경험도 많다. 반면 안 8단은 2014년 바이링배와 이번 삼성화재배 4강이 세계대회 최고 성적이다. 번기 경험은 이번이 세 번째다.

기보

기보

번기 승부는 경험이 중요한데, 마인드 컨트롤이 승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러 판을 연달아두다 보면 한 판, 한 판의 결과에 따라 마음이 심하게 동요하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는가가 번기 승부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전은 탕웨이싱 9단의 88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장면에서 사실 안국현 8단은 ‘참고도’ 진행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었다(백13…백7). 백3으로 젖혀 백5, 7로 ‘패’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조리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참고도

참고도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탕웨이싱 9단이 우직하게 94로 이으면서 뜻밖의 바꿔치기가 벌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신없이 벌어진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판세는 바꿔치기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초일류의 바둑은 천지개벽 이후에도 기묘하게 수평을 맞춰나가는 경우가 많다. (110…101)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