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회전초밥기계’ ‘금속팽이’ 등과 같이 황동 주물을 제작하는 소규모 업체 1350여 개가 밀집돼 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종(鐘)과 도가니(쇠붙이를 녹이는 그릇)를 만드는 이승구(74)씨의 시름이 깊다. 주물을 만들 때 나는 쨍쨍한 소음이 언젠가 그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그는 “돈벌이야 괜찮지만, 요즘 사람들이 이런 일 하려고 하느냐”면서 한숨을 쉬었다.
성동구 성수동과 마장동의 상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성수동의 수제화 거리 장인의 평균 연령은 50~60대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20대는 1.4%에 그친다. 반면 20대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3포(연애·결혼·출산) 세대’보다 더 심각한 ‘7포(주택·인간관계· 꿈·희망) 세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연륜이 쌓인 기술자들의 노하우와 청년의 열정,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런 ‘융합 일자리’는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킨다.
도시재생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성공 조짐이 슬슬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지역 1호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은 한때 크고 작은 봉제공장이 3000개 이상 즐비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제품에 밀려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서울시 주선으로 최근 봉제장인(소잉마스터)과 패션학과 재학생들이 만났다. 봉제장인들이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재단부터 봉제까지 현장의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반가워했고, 봉제장인들은 쇠퇴하는 특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의복 등 소매업이 1.6배 증가했고, 섬유나 직물 도매는 10배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도시재생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세운상가·서울역, 창신·숭인에서 도시재생을 통해 총 8만9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파트 중심의 뉴타운 사업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도시재생을 통한 관광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도시재생은 지난 7년간의 노력을 토대로 더욱 ‘일취월장’할 것이다. 단지 지역을 살기 편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하고, ‘월’급받고 청년이 ‘장’가가고 시집가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