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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도시재생, 청년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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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회전초밥기계’ ‘금속팽이’ 등과 같이 황동 주물을 제작하는 소규모 업체 1350여 개가 밀집돼 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종(鐘)과 도가니(쇠붙이를 녹이는 그릇)를 만드는 이승구(74)씨의 시름이 깊다. 주물을 만들 때 나는 쨍쨍한 소음이 언젠가 그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그는 “돈벌이야 괜찮지만, 요즘 사람들이 이런 일 하려고 하느냐”면서 한숨을 쉬었다.

성동구 성수동과 마장동의 상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성수동의 수제화 거리 장인의 평균 연령은 50~60대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20대는 1.4%에 그친다. 반면 20대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3포(연애·결혼·출산) 세대’보다 더 심각한 ‘7포(주택·인간관계· 꿈·희망) 세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연륜이 쌓인 기술자들의 노하우와 청년의 열정,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런 ‘융합 일자리’는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킨다.

도시재생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성공 조짐이 슬슬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지역 1호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은 한때 크고 작은 봉제공장이 3000개 이상 즐비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제품에 밀려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서울시 주선으로 최근 봉제장인(소잉마스터)과 패션학과 재학생들이 만났다. 봉제장인들이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재단부터 봉제까지 현장의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반가워했고, 봉제장인들은 쇠퇴하는 특화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의복 등 소매업이 1.6배 증가했고, 섬유나 직물 도매는 10배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도시재생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세운상가·서울역, 창신·숭인에서 도시재생을 통해 총 8만9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파트 중심의 뉴타운 사업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도시재생을 통한 관광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도시재생은 지난 7년간의 노력을 토대로 더욱 ‘일취월장’할 것이다. 단지 지역을 살기 편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하고, ‘월’급받고 청년이 ‘장’가가고 시집가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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