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다보스 '보아오포럼' 폐막..."보호무역에 출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의 다보스'라 불리는 보아오(博鰲)포럼이 11일 나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18회째인 올 해 포럼의 핫 이슈는 미ㆍ중 무역 갈등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맞대응으로 양국간 무역전쟁 촉발의 위기감 속에서 이번 포럼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미·중 무역갈등 속 보호무역주의 비판 일색 #시진핑 주석, 보호주의 반대 입장 재확인 #저우원중 사무총장 "트럼프 처방은 잘못" #

나흘 동안 진행된 보아오포럼이 11일 폐막했다. 이번 보아오포럼은 미중무역 갈등 속에 치러진 만큼 주요세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중앙포토]

나흘 동안 진행된 보아오포럼이 11일 폐막했다. 이번 보아오포럼은 미중무역 갈등 속에 치러진 만큼 주요세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중앙포토]

이번 포럼의 주요 세션은 보호주의 성토장이 되다시피 했다.
저우원중(周文重) 보아오 아시아포럼 비서장(사무총장)은 “보호무역주의에 출로가 없다는 건 역사가 이미 입증했고 보호주의를 통해 자기가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취하고 있는 보호주의 정책이 도대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처방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주요한 문제는 미국의 과소비와 저축률의 하락이고 이것은 보호주의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9일 진행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의 만찬 대담에서도 두 사람은 미국을 겨냥해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각국은 건강한 경제 발전 지속을 위해 내부 지향적인 정책과 보호주의에 대한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의 역사는 고립은 좋지 않으며 개방 무역이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극심한 빈곤을 줄이고 혁신을 전파하는 데 무역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확언할 수 있다”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무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9일 알리바바의 마윈회장과의 회담에서 개방 무역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중앙포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9일 알리바바의 마윈회장과의 회담에서 개방 무역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중앙포토]

마 회장도 무역은 단순한 상품 교역이 아닌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라면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무역 전쟁은 이 문제를 해결할 올바른 처방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 문제는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아 화학 요법 치료를 동원할 필요가 없다”면서 알리바바가 미국 내 대규모 일자리 창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미국의 보호주의를 성토하는 한편 중국이 자유무역의 자처자임을 강조하고 홍보하는 장으로도 활용됐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기조 연설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시 주석은 ▶관세 인하 등 수입 확대 ▶중국 시장 진입 제한 조치 완화 ▶지적재산권 보호 ▶투자 환경 개선 등의 개방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대결을 회피하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져 주요국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하지만 시 주석은 이와 동시에 보호무역을 비판하고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당장 자국에 큰 손실을 입힐 무역 전쟁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보호주의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보호주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중국은 개방 경제를 열린 경제를 지향한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에 안방에서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의 연설 다음에 등단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등 외국 정상과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구동성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지지를 표시했다.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제3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은 10일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난 뒤 "중국이 당장은 트럼프에게 꼬리를 내린 듯 보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세력확대를 꾀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면대결을 피하는 '아웃복싱'을 하면서 착실히 챙길 것은 챙기겠다는 전략에 비유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외신 브리핑에서 "본질은 보호주의와 자유무역의 대립"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의 전초전에 임하는 중국의 전략이 이 발언에서 드러난다.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