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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져야” 호사카 유지 교수 출간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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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일본의 위안부문제 증거자료집1' 출간 간담회에서 자료집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일본의 위안부문제 증거자료집1' 출간 간담회에서 자료집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1』19일 공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 문서를 한국어로 쓴 첫 번째 책이 나왔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해 온 호사카 유지(62·保坂祐二) 세종대 교수가 자신을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본 내 공문서를 번역·분석한 책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1』을 내놨다.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호사카 교수는 "침략 전쟁 속 위안부 문제를 논리화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과거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가 절묘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위안부들은 병사들의 성적 도구, 성노예였다"

호사카 교수는 1940년 10월 11일 다카모리(高森)부대의 ‘특수위안업무 규정’ 문건을 소개하며 "위안소 위안부는 황군(일본군) 100명에 1명꼴"이라는 조항이 위안부 1명이 100명의 병사를 상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문건에는 ‘일본군을 제외한 사람을 손님으로 맞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산책 구역 지정’ 등의 규정도 있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군이 조선 여성들을 '야전병원의 간호사로 일한다', '군 식당의 종업원이 된다' 등의 말로 속였고, 중국으로 넘어갈 때 신분확인을 간소화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강제 매춘 자체가 군의 공무였다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 자행됐다"며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공문서 80건 분석, "일본 정부가 위안부 시스템화해 만든 증거"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1』는 주로 1937~1945년 위안부 문제가 본격화한 시기와 관련한 자료를 번역·분석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전체 모습을 누구나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게 집필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모든 자료에는 번역뿐만 아니라 해석을 추가해, 자료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책에 수록된 문서 약 80건 중에는 '종군위안부 관계자료집성'(1997)에서 50건, 기타 일본 국립공문서관·방위성방위연구소·외무성외료사료관 등에서 뽑아낸 문서 30건 등이 있다. 앞서 호사카 교수는 지난해 9월 해당 문건을 공개하며 "일본 정부 각 부처가 위안부를 만드는 과정을 시스템화한 증거가 있어 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책은 당시 공개한 자료를 정리했다.

이 책에서는 문서의 출처를 모두 밝혀 책 내용을 원문과 대조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일본군의 아시아 침략 과정에 관한 배경 설명을 넣어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 이해에 도움을 주고, 만주·중국·동남아 등지로 확산한 위안소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담긴 칼럼 등을 함께 실어 문서로 확인되는 사실과 피해자 증언의 일치 여부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일례로 상하이 위안소로 끌려간 김순덕 할머니의 증언, 파푸아뉴기니 라바울 위안소로 끌려간 박옥련 할머니의 증언 등이 책에 실렸다.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 협박도 받아

호사카 교수는 지난해 9월 중간 발표회 성격의 기자회견 직후 윤모씨로부터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 "테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을 협박과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고도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로, 2003년에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꿨으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자료집1』은 19일 공개된다. 호사카 교수는 이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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