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녀 클럽 악명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여자 대회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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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클럽하우스. 보수적인 미국 남부 문화가 강해 2003년에도 중계권을 방송사에 무료로 주면서 여성단체의 불매운동을 이겨냈다. [Andrew Redington/AFP=연합뉴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클럽하우스. 보수적인 미국 남부 문화가 강해 2003년에도 중계권을 방송사에 무료로 주면서 여성단체의 불매운동을 이겨냈다. [Andrew Redington/AFP=연합뉴스]

한 때 금녀의 클럽으로 악명 높았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자 대회가 열린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새로운 체어맨인 프레드 리들리는 마스터스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2019년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열겠다”고 밝혔다.

리들리는 “클럽은 골프의 성장과 여자 골프 발전을 위해서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회는 72명이 출전해 3라운드 54홀 스트로크 경기로 열린다. 일정은 마스터스 전 주로 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과 겹친다.

리들리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흥미로운 이벤트가 추가됐고 어린이를 위한 드라이브 칩, 퍼트 대회에 나오는 40명의 소녀들이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나올 꿈을 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33년 설립된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미국 백인 남성 보수층의 성역 같은 곳이다. 오거스타는 남북전쟁에서 남부인들의 정서를 그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인 애틀랜타에 인접한 도시다. 클럽은 인종·성(性) 차별 논란을 겪으면서도 백인 남성 중심 문화를 유지했다.

클럽이 흑인을 회원으로 받은 해는 90년이었는데 여성에겐 훨씬 뒤인 2012년에 개방했다. 여성단체들이 2003년 마스터스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지만 오거스타는 "우리는 당신들의 캐비닛에 올릴 전리품이 되지 않겠다"며 꿈쩍도 안 했다.

여성단체가 마스터스 중계에 나가는 광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 방송사에 중계권을 공짜로 주면서 이겨냈다. 차별 논란에 대해 클럽은 '사적 단체의 회원 선정에 대해 외부에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2년에 또 한 번 여성들이 반발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3대 후원사 중 하나인 IBM이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버지니아 로메티를 임명하면서다. 클럽은 3대 후원사인 IBM·AT&T·엑손모빌 CEO에게 회원 자격을 줬다. 그런데 로메티를 회원으로 초청하지 않았고 여성단체들이 발끈했다.

뉴욕 타임스는 "차별 금지 조항을 둔 투어가 남녀를 차별하는 클럽을 인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PGA 투어까지 압박했다.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은 버텼지만 4개월이 지난 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2명의 여성 회원을 받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19년 여성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개최하게 됐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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