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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학부모 두 번 울린 방배초의 거짓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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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우영 사회부 기자

송우영 사회부 기자

지난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대낮에 벌어진 인질극은 초등학생을 둔 전국 학부모들을 경악게 했다. 학교 교문을 무사 통과해 교무실에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진입한 범인이 어린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인질로 잡았기 때문이다. 1시간여 만에 큰 불상사 없이 끝나 그나마 다행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이도 학부모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방배초교가 이번 안전사고에 대해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학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방배초교 교장은 사건 당일 언론브리핑에서 “평소에는 방문자의 신분 확인을 하느냐”는 질문에 “(안 한 적이) 그동안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렇게 됐다. 인질범이 젊어서 보안관이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해명은 즉각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한 학교 관계자가 방배초교가 그동안 방문자의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제보하면서다. 누구든 이름과 연락처, 출입 목적 등을 적으면 방문증을 줬고, ‘신분증 확인 필수’ 지침은 학교로부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제보의 요지였다. 교육부는 방문자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진 주체를 ‘학교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학교 출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외부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교장 책임이라는 의미다.

지난 2일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또 교감은 “사건 발생 직후 내가 교무실에 들어가 인질범과 대화를 하며 설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처음 현장에 달려가 사태 해결을 시도한 사람은 학교보안관 A씨였음이 드러났다. “인질극 발생 직후 전화를 받은 보안관 A씨가 교무실로 가서 무릎을 꿇고 인질범에게 접근하면서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테니 아이를 풀어달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는 학교 직원의 증언이 나오면서다. 교장은 외부에 나가 있었고 병설 유치원에 있던 교감은 그 이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언론에는 응대하지 않고 있다”며 전화를 끊은 것은 학교의 자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에게 있었던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은 학교의 의무다. 아이의 준비물을 가져다주러 온 학부모들을 안내하다 신분 확인절차 없이 범인을 들여보낸 4년 차 보안관 A씨는 3일 학교에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학교도 자초지종을 사실대로 적은 ‘경위서’를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게 도리일 것이다.

송우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