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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네이버 노조 시대’가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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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박수련 산업부 기자

박수련 산업부 기자

지난 2일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삼성SDS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이 된 네이버에 창업 19년 만에 생긴 노조다. 정보기술(IT)업계를 넘어, 직장인과 기업들의 눈길이 네이버 노조에 쏠렸다.

네이버 노조는 ▶수직 관료적인 조직문화 ▶불투명한 의사결정 ▶책임근무제와 포괄임금제 등으로 열악해진 IT 노동자의 근로 조건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네이버의 메신저인 ‘라인’ 대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구글 소프트웨어(구글 독스)로 노조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보상에 대한 불만이 노조 설립의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직장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라인드’에 한 네이버 직원은 “(회사는) 벤처처럼 일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과에 대한) 보상도 벤처처럼 해 주느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뉴욕·도쿄 증시에 상장한 라인의 성공을 위해 네이버 직원들도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부 사람들이 네이버 노조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벤처로 출발한 IT기업이 대기업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 이후에도 어떻게 혁신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인터넷 붐을 타고 벤처기업들이 생겨난 지 30년이 안 된 국내에서 네이버가 그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흔히 IT 벤처 기업은 손에 기름때 묻힐 일 없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창의적인 인재들의 일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근로 시간을 체크하지도 않는데 연봉도 높다. 대신 초과근무와 야근, ‘덕후’라는 이름으로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없는 삶을 당연시하거나 지향한다.

하지만 요즘 IT 기업에 입사하는 2030 세대는 그런 삶을 벤처 정신으로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네이버보다 여건이 열악한 스타트업에서도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과 조직문화는 이직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곤 한다. 밤을 지새우고 몰아치기로 일해야만 생산성이 올라가는 조직이라면 로봇과 인공지능(AI)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노사가 어떤 시도를 할지 궁금한 이유다.

더불어, 네이버 노조가 내부 직원들의 성과와 처우 문제를 넘어서면 좋겠다. 독과점이나 다름없는 국내 검색광고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그 과실을 사회에 어떻게 더 창의적으로 환원할 것인지 모색하길 바란다.

박수련 산업부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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