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스트라우브 논란 단상

중앙일보

입력 2018.04.0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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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미국 외교관으로 그가 한국통이 된 계기는 어찌 보면 단순했다.

“젊었을 때 어려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국가로, 특히 중국·일본 또는 한국으로 전출시켜달라.”

그의 요청에 국무부는 한국을 제시했다. 2년간 한국어를 배운 뒤 서울의 미 대사관에서 3년 일하는 조건이었다. 삶의 5년을 한국에 투자하란 얘기였다. 그의 부친은 해병대의 일원으로 한국전쟁터를 누빈 참전용사였다. 그는 선뜻 OK 했다.

1979년 한국에 온 그는 84년까지 있었다. 그는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큰 공감을 갖고 대사관 정치과 생활을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날 무렵엔 지쳤다. 민주화 운동가들이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만 해서였다.

그로부터 15년 만에 정치과장으로 돌아왔는데 더한 반미주의와 만났다. 노근리 사건과 매향리 사격장 논란, 주한미군 기지에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 사건에 이어 효순·미선양 사건까지 겹쳤다.

그는 2017년 경험을 되새김질한 책(『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을 내놓았다. 한국에도 비판적이나 애착이 느껴지는 조언을 담았다. 그러면서 “40년 동안 한국은 내 가족의 일부였고 나의 두 번째 집이었으며 내 커리어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내 나라가 한국의 민족 분단을 가져온 역사적 실수를 평화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절대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썼다. 그의 아내는 서울 출신이다.

바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이야기다. 한·미 관계를 해결하고 해석하던 그가 이번엔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그가 세종-LS 석좌 객원연구위원직을 1년 만에 관둔 게 현 정부에 비판적 성향을 보여서라고 중앙일보가 보도한 데 대해 정부 쪽이 “1년 계약이 만료돼 떠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실제 상황은 좀 더 미묘하다. 그가 올 당시를 아는 인사는 “1년 계약이지만 1년을 연장하는 ‘1+1’, 즉 2년으로 약속했고 펀드도 확보한 상태였다. 이는 연구소 사람들도 대충 아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 정권은 이 논란이 “현 정부에 의한 블랙리스트 아니냐”는 의혹으로 해석되는 데 불쾌감을 피력한다. 사실 진보 정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탄압’한 전례가 있긴 했다. 김대중 정부 때 국책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다 급여가 대폭 줄고 대외 발표 및 신문 기고 금지 처분을 받았었다. 누구냐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다. 이번엔 아니길 바란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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