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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마크' 비닐만 재활용할 경우 나머지 절반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센터 직원이 압축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재활용 업체 대부분이 지난 2일 이후 정상 수거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서 센터 직원이 압축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재활용 업체 대부분이 지난 2일 이후 정상 수거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지역 재활용 업체 대부분이 폐비닐 정상 수거로 돌아선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재활용 마크가 있는 비닐만 수거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A구의 B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는 구청 명의로 배포한 '재활용품(비닐류·스티로폼) 분리배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비닐류는) 재활용 마크 있는 것만 재활용이 가능"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안내문은 또 "재활용 마크가 없는 것과 재활용 마크가 있어도 이물질을 제거할 수 없는 것은 종량제 봉투에 배출"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재활용 마크가 있는 비닐만, 그것도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하지만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경우는 폐기물관리법(제68조 3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달라진 안내문, 서울의 한 지역 아파트 단지에는 재활용마크가 있는 것만 수거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해당 구청 홈페이지에는 재활용 마크와 상관없이 깨끗한 것은 분리배출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달라진 안내문, 서울의 한 지역 아파트 단지에는 재활용마크가 있는 것만 수거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해당 구청 홈페이지에는 재활용 마크와 상관없이 깨끗한 것은 분리배출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이에 대해 A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현재는 재활용 마크와 상관없이 깨끗한 비닐은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주에 재활용 마크가 찍힌 비닐만 수거하라는 안내문을 보내긴 했지만, 다시 수정한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도 "재활용 마크 없는 것도 깨끗한 것이라면 재활용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라며 "지자체와 재활용 업체에도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비닐 포장에 표시돼 있는 재활용 마크

제품 비닐 포장에 표시돼 있는 재활용 마크

하지만 폐비닐 수집업체 중 일부는 환경부와 지자체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활용 마크가 찍힌 폐비닐이나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마크가 표시된 비닐만 수거해서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 마크가 표시된 비닐만 처리하면 폐비닐의 절반만 처리할 뿐이란 지적이다.

비닐 포장지에 표시된 재활용 마크는 식품·제과 등 제품 생산업체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제도에 따라 재활용 비용 부담금을 낸 경우다. 제품 생산업체는 재활용 부담금을 재활용협회에 납부하고, 재활용협회는 재활용 실적에 따라 그 비용을 재활용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재활용 업체에서 EPR 제도에 따라 재활용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비닐만 재활용하려 하고, 그에 따라 수집 업체에서도 재활용 마크만 있는 것만 수집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전체 비닐 발생량 중 EPR 제도에 따라 관리되는 폐비닐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EPR 방식으로 재활용된 비닐은 하루 875t 수준이지만, 분리수거를 통해 모인 비닐은 하루 1710t이었다. EPR에 따른 출고량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포장한 비닐에는 재활용 마크가 없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재활용 마크가 찍힌 비닐만 재활용한다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할 상황이다. 강찬수 기자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포장한 비닐에는 재활용 마크가 없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재활용 마크가 찍힌 비닐만 재활용한다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할 상황이다. 강찬수 기자

이와 함께 각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흰색·검은색 일회용 비닐 봉투의 경우 봉투 제작업체에서 EPR 부담금을 납부하는데도 정작 재활용 마크가 없어 종량제 봉투에 들어갈 수 상황이다.
일회용 봉투 중에도 가게 이름과 함께 재활용 마크를 표시한 경우도 있으나 시장이나 작은 가게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봉투에는 재활용 마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세탁소에서 찾아온 세탁물을 싼 비닐, 한 장씩 뽑아 쓰는 비닐봉지도 EPR 대상이 아니다.

한국환경공단 홍성곤 EPR운영팀장은 "비닐 봉투에 스티커로  재활용 마크를 부착하면 재활용이 어려워지고, 그것만 별도로 인쇄하라고 하면 비용 부담이 돼 일회용 봉투에는 재활용 마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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