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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풀린다고? 그러면 중국 사업이 확 좋아질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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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사태'의 끝은 보이는가.

중국 시장 부진, 사드 탓만은 아냐 #'3가지 생산 통합' 현상에 대비해야 #기술경쟁에서 뒤지면 우리 산업의 미래는 없어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그동안 한국에 가했던 주요 제재 조치를 풀겠다는 뜻을 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밝혔단다.

그의 말이 지켜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사드로 인한 제재가 풀린다 하더라도,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 있다. 과연 그동안의 중국 비즈니스 부진이 온전히 사드 때문이었는지를 말이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 경제에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대거 옮겼고, 우리의 기술과 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꽃 폈다. 한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 진출한 공장에서 조립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모델이 자리 잡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는 것도 중국의 힘이 컸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우리에게 마냥 '축복'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재앙을 안겨주는 존재로 변하고 있다. 사드만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 브랜드, 우리 기업들은 사드 이전 오래 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우리 기업이 특별히 못해서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이 너무 빨랐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20%를 먹었던 삼성폰은 지금 점유율이 2%선이다. 현대자동차도 반 토막 났다. 중국 로컬기업, 로컬 브랜드의 약진 때문이다. 가전, 기계 등은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고 철강, 조선, 화공, 심지어 자동차도 위험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중국이 오히려 경쟁상대, 아니 위협의 존재로 돌변했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왜 그런 일어 벌어지고 있는가? 이 문제를 알려면 중국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 산업 내에서는 지금 '3가지 생산 통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통합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첫째는 생산의 국내 통합이다.

중국은 그동안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고기술 핵심 부품을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해 이를 조립,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보여왔다. 주변국과 생산을 공유(Production Sharing)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 수준이 높아진 지금 중국은 해외에서 조달하던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시아 주변국에 흩어져 있는 부품 제조 공정을 중국 국내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이 그래서 나왔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밀려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내에서 모든 과정이 완결되니 한국 기업 제품은 '중국 공장'의 서플라이 체인에서 배제된다. 한국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중국에서 완성품을 만들고,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델이 깨지고 있다. 이제 많은 한국 기업은 중국으로 가야할 지, 아니면 저 시장에서 그냥 멀어질지의 기로에 서있다. 기술이 있다면 갈 것이오, 어정쩡한 기술이라면 중국 시장은 이제 그림의 떡일 뿐이다.

둘째는 생산과 시장의 통합이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확대되면서 생산도 중국에서 하고, 소비도 중국에서 한다. 정부는 수출과 투자에 의존한 성장 패턴을 소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주안비엔(轉變)’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은 자국(중국) 시장 전략을 내놓는다. 중국 비행장에 가보면 안다. 시도 때도 없이 연착하는 고질은 궁극적으로 폭증하는 여객 수요에 있다. 중국 직장 여성들이 우리나라 대학생 수준의 화장을 한다면? 아직 중국 화장품 시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커가는 중국 내수시장을 향한 시장 전략을 짜야 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외국 제품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 제품도 이젠 경쟁상대다. 시장 전략을 더 세밀하게  짜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어떻게 하면 싸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셋째는 생산과 모바일의 통합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모바일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알리바바가 일으킨 전자상거래는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모바일에서 시작된 혁신의 물결은 5G 통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자율 주행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혁신을 부르짖자 전역에서 창업 붐이 일고 있고,  화웨이, ZTE 등 통신 분야 선두 기업들은 5G의 글로벌스탠더드를 리드하겠다고 달려간다. 중국의 막강한 생산력이 인터넷 모바일 조류에 잘 적응하면서 산업이 바뀌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제품(서비스)의 기술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기술이 있으니 중국 기업이 합작하자고 달려들고, 중국에 가면 대접도 받는다. 그러나 기술이 없다면? 한국을 쳐다보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기술이 없는 기업의 직원이라면 중국 출장 갈 때 자존심은 구길 각오를 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물량을 따오라는 사장의 엄명을 지키려면 중국 기업의 '갑질'을 감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일은 한-중 간 산업 분업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수교 이후 우리 경제는 중국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렸다.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면 우리는 그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조달 창고였다. 그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중국이 단순한 하청공장 수준을 넘어 고부가 공장으로 성장한다면, 대한민국은 그 공장에 기술을 품어주는 R&D(연구개발)센터가 돼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이 성장한다면 그 시장에 맵시 있는 소프트 제품을 공급할 스마트 제품 서플라이어가 되어야 한다.

제4차 산업 영역은 중국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분야다. 한국도, 중국도 이제 막 시작하는 영역이기에 아직 누가 앞섰다, 뒤졌다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치고 나가야 한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중국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청년들이 창업과 혁신의 대열에 뛰어들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 영역에서마저 밀린다면 대중국 경제 협력의 미래는 없다.

사드가 풀리든 말든 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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