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 32건 … 김정태 회장도 연루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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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이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류전형에서부터 ‘최종 합격’이라고 표시된 A씨는 서류전형, 실무면접에서 합격선에 크게 못 미쳤고, 합숙면접에선 태도 불량으로 0점을 받았지만 최종 합격했다. A씨를 추천한 사람은 ‘김(회)’라고 표시돼 있었다. 특별검사단장인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회’자가 회장 또는 회장실 추천으로 추정되지만,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서류부터 최종 합격으로 추천된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3연임을 한 김정태 현 회장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지원자와 지원자 부모를 모른다”라며 “추천한 사실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국회·청와대 등 전방위서 청탁 #서류부터 최종합격으로 표시도 #김 회장 측 “추천한 사실 없다”

또 추천자가 ‘함 대표님(XX시장 비서실장□□□)’인 지원자 B씨는 합숙면접에선 합격권 밖이었지만 최종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0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가 함영주 현 KEB하나은행장이다. 하나은행 측은 “함 행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XX시청에 입점한 지점장이 한 것으로 (함 행장은) 특정인을 추천한 사실이 없다”라고 전해왔다.

채용 청탁은 ‘국회 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등 전방위로 이뤄졌다. 채용비리 검사의 발단이 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추천한 C씨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선에 못 미쳤지만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과 학교에 따라 채용 잣대를 달리 적용하기도 했다. 같은 직무인데도 여성 합격선은 467점(서울 지역 서류전형·600점 만점)인데 비해 남성은 419점으로 훨씬 낮았다. 비합격권인 명문대 출신 9명을 합격시키는 대신 합격권인 비명문대 출신 9명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검사를 마무리하고 각종 증거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도 지난 2월 초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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