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년 한풀이' 통합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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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10회 연속 우승을 저지하고 통합우승을 일궈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목에 화환을 두른 채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천안=JES 임현동 기자]

남자배구의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다.

현대캐피탈은 2일 천안에서 벌어진 2005~2006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10연속 우승을 노리던 삼성화재를 3-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가 창단되기 전인 1995년, 현대자동차써비스 시절 슈퍼리그 우승 후 11년 만에 올라온 왕좌다. 97년 3월부터 시작된 남자배구 삼성화재 독주 시대는 이로써 막을 내렸다.

경기 전 선수소개를 할 때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숀 루니(24)가 소리를 지르며 야생마처럼 껑충껑충 뛰어나왔다. 그는 젊었고, 높이 뛰며 겁이 없었다. 루니는 현대를 비롯한 다른 팀들이 갖고 있는 '삼성 공포증'을 모른다. 현대는 과거 실업팀 시절을 포함해 삼성과 맞붙은 일곱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패했다.

4차전 승리로 상승세를 탄 삼성화재는 노련했고 이기려는 의지도 강했지만 푸른 눈을 가진 2m6㎝짜리 야생마를 잡지 못했다. 1세트 13-10, 강스파이크와 몸을 날리는 호수비가 연이어 나온 이 랠리에서 야생마 루니가 불끈 뛰어올랐다. 불꽃 같은 루니의 공은 견고한 삼성화재의 수비를 무력화시키며 코트에 꽂혔다. 현대캐피탈은 여기서 벌어진 4점을 그대로 지켜 25-21로 이겼다. 2세트도 25-13의 KO승.

3세트 10-5. 낙승을 기대했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걷잡을 수 없이 밀고 올라오는 삼성화재의 추격에 잠시 흔들렸다. 삼성은 이형두가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고 조직적인 블로킹과 프리디의 공격으로 11-10까지 쫓아왔다. 9년 동안 이런 승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던 삼성이지만 루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루니는 이후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반란'을 진압했다. 현대캐피탈은 25-21로 마지막 세트를 끝냈다. 양팀 합쳐 가장 많은 17득점을 기록한 루니는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화재는 패했지만 4차전에서 3-1로 승리하는 등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최종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는 저력을 보였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만년 꼴찌였던 '미녀군단' 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3-1로 꺾고 3승2패로 우승했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수퍼루키 김연경이 35득점했고 MVP로 뽑혔다.

천안=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 '3년 내 우승' 약속지켜 기뻐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3년 안에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기쁘다. 지난해 지고 많이 울었는데 올해는 더 냉철해진 것 같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약해 독하게 만들려고 나도 고생 많이 했다. 선수들이 나보고 뒤에서는 욕을 많이 할 것이다. 특히 세터인 권영민이 성격 더러운 세터 출신 감독 밑에서 고생 많이 했다. 서로 이기고 지는 재미있는 배구를 하겠다. 그래서 배구 인기가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다. 내년에는 박철우.송인석 등 젊은 선수를 많이 기용하겠다.

*** 9년간 졌던 짐 내려놓은 느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다. 우승하리라고 기대를 안 했다. 9년 동안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팀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 김세진.신진식 등 노장들과는 소주 한잔 하면서 진로에 대해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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